피할수 없으면 즐기자

by 하루진

5차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항암치료 과정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이정도면 비교적 순탄하게 받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처음에는 부작용으로 고생을 하고, 무균실에도 들어가 감금생활을 한적도 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괜찮은 편이다. 항암제를 맞는 동안에는 구역질과 울렁거림때문에 밥을 제대로 못먹는게 고역이지만, 퇴원하면 그 증세는 없어져 잘 먹고 있다.


1주일정도의 입원생활은 익숙하다. 새벽에 온도와 혈압을 재고 얼마 후에 아침을 먹는다. 음식 냄새는 괴롭고 울렁거림을 몰고 온다. 별도로 준비해간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말아 먹거나 컵라면을 먹곤 한다. 밥을 먹고는 간단하게 양치와 세면을 하고 가볍게 산책을 한다.


병원 복도를 왕복하며 걷거나 날씨가 괜찮으면 1층으로 내려가 작은 산책공간을 다닌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헬스장도 다니며 운동도 했었다. 이젠 몸무게도 많이 줄고 근육도 많이 빠져 몸에 기운이 없다. 특히나 항암제를 맞고 있는 동안에는 더욱 힘들다.


그래도 가만히 누워있을수는 없었기에 가급적 몸을 움직이려 애쓰는 편이다. 그래봤자 병원안을 슬슬 걸어다닐뿐이지만.


가벼운 산책을 하고 오면 담당교수님의 회진 시간이다. 교수님을 회진때 만나도 특별한 이슈가 없는한 할 얘기는 없는 편이다. 정해진 스케쥴대로 항암제를 맞으면 된다. 따로 부작용이나 이상이 없다면 간다하게 컨디션 확인만 하고 금방 끝난다.


그외 시간에는 핸드폰을 보거나 노트북을 한다. 핸드폰으로는 주로 유튜브를 즐겨 본다. 입원해 있을때는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먹방 역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하고 주로 재밌는 영상을 보며 즐기려 한다. 심각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영상은 피한다.


넷플릭스 영화나 시리즈도 즐겨 본다. 넷플릭스는 구독하지만 회사에 다닐때는 시리즈는 보기 부담되어서 거의 손을 안댔다. 오징어게임이나 더글로리와 같은 화제작은 며칠에 걸쳐 보기도 한다. 그동안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길어 엄두를 내지 못했던 '브레이킹 배드' 전시즌을 항암치료하며 다 보았다.


영화 보는것도 지겹거나 재미없으면 낮잠을 잔다. 원래 조금 예민한 편이라 낮잠을 잘 못잔다. 아주 오래전부터 낮잠을 잘 못 잤다. 거의 날밤을 새다시피 해서 피곤한 상태인데도 낮잠을 못 잔다. 오죽하면 지금껏 달게 낮잠 잔 순간을 내가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항암치료 받는 중에는 잠이 많이 왔다. 6인실이라 번잡스러운 것도 있지만 새벽에도 계속 간호사들이 돌아다니고 집처럼 편한 환경이 아니니 밤에 숙면을 못취하다 보니 낮잠을 자게 된다.


항암제 맞는 것만 빼면 놀고 먹으며 누워 영화보고 핸드폰 하는 꿀빠는 시간이라고 해도 되겠다. 사실 사회생활 시작한 이후로 이런 시간은 처음이다. 물론 온전히 누리기엔 항암치료 받는 암환자라는 무거운 사실이 나를 누르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나.


예전 같았으면 만화책이나 무협지를 잔뜩 가져와 침대옆에 쌓아놓고 봤을테지만 이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노트북을 갖춰 놓고 내가 원하는 모든 즐길거리들을 할 수 있다. 가끔은 노트북으로 스타크래프트를 하기도 하고 다운받은 만화책을 보기도 한다.


영화, 만화책, 무협지, 게임등을 소싯적에 즐겨 했기에 어찌 보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에 적합한 환경이다. 예전에 회사 다닐때는 병원에 입원해서 일주일정도 푹 쉬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얼마나 철없는 생각이었는지 이제는 확실히 한다.


정말 병원과 경찰서 법원과 같은 곳은 사는 동안 가급적 올 일이 없어야 한다. 이렇게 병원을 자주 오게 될 줄 몰랐다. 특히나 이렇게 오랫동안 병원을 오가며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사람의 앞일은 정말 모른다.


그냥 작년과 동일하게 지난달과 동일하게 어제와 똑같이 오늘도 지나갈줄 알았는데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일상을 보내고 있다. 도무지 예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실로 일어났고 이젠 이게 일상이 되었다. 지금 소망하기로는 어서 빨리 웃으며 이때를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시간일지라도 지나가기 마련이다.


당시에는 견디기 힘들고 암울하고 두려운 시간이었지만 살면 살아지고 , 지나가지 않는 시간이란 없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여러번위 위기가 있었고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어찌 어찌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지금은 병원 침대에 입원해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 순간이 빨리 오기만을 바란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즐기기 힘들더라도 즐기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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