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조여오는 현실

by 하루진

5차 항암치료가 진행중이다. 이번에 맞는 항암제는 1차, 3차에 이어 세번째이다. 첫번재는 고열과 오한등 심한 부작용이 있었지만 3차때는 이상이 없었고, 이번에도 별다른 이슈없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여전히 입원기간중 가장 힘든건 밥 먹는 것이다. 여지없이 입원하자 마자 입맛이 없어지고 구역질이 시작된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고 괜찮아져도 이것 만큼은 나아지질 않는다.


그레도 무균실에 있을때를 생각해보면 이만한게 어딘가 싶다. 혈액 검사 수치가 최저치여서 무균실에 들어가 매일같이 호중구 촉진제와 수혈팩을 맞아가며 답답한 무균실에서 2주를 보냈었다.


그당시엔 매일같이 주사와 수혈팩을 맞아도 좋아지지 않는 수치때문에 얼마나 암담하고 답답했었던지. 매일같이 찾아와 얼굴도 못본채 문을 사이에 두고 전화로 대화하던 아내를 생각해보면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처음에 부작용으로 속을 썩였던 항암제도 몸이 적응을 한건지 몇시간씩 맞고 있어도 이상이 없다. 병원에서 항암제를 맞으며 병실 침대에 누워있을때면 그 어느때보다 내가 암환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반년이 넘어가는데로 완전히 받아들이는게 싫다. 처음 암이라는 얘기를 들었을때의 황망함과 무서움, 두려움, 어이없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나는 암에 걸려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무런 이상없이 똑같이 돌아가는 세상을 보며 인지부조화를 느낀다.


나는 여전히 이전과 동일하게 똑같이 살아가고 있는것 같은데, 현실은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다. 가장이 되어 아내와 아이들을 보호하고 나이드신 부모님을 살펴드려야 하는데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답답하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다 나을수 있는 것인지, 언제까지 이걸 반복해야 하는지, 앞으로 좋아져서 복귀해서 내 한 몫을 다 할수 있을지... 정해진건 없고 불투명한 미래뿐이다. 물론 태생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긴 하지만 인생에 처음 겪는 이런 시련은 나를 참 보잘것 없게 만든다.


지금은 치료에만 전념하자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치료에 전념한다고 해서 내 역할을 누가 대신 해줄수는 없기에 가끔씩은 너무 답답하고 무섭다. 하루라도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에 이 무슨 꼴인가 싶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많지도 않고, 모아놓은 비상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디 기댈곳 없는 아주 얄팍한 바닥인지라 내가 계속해서 다져주지 않으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유리바닥이다. 이 바닥이 깨지게 되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지 두렵다.


부모님이나 아내가 이것 저것 신경써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아무생각하지 말고 치료나 잘 받으라고 신신당부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여오는 현실이란 놈은 갑가지 닥친 이 암만큼이나 무섭다.


부디 지금까지 겨우 만들어온 우리 가족의 소중한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다. 그저 가족들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매일 저녁 같이 먹으며 웃을수 있는 순간을 누리고 싶다.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건강하게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작가의 이전글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