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벌써 5번째 항암치료이다. 이제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집에서 여행캐리어를 끌고 나와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엔 이게 현실이라는걸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것 같다.
그래도 다섯번째이니 익숙하게 병원을 찾아서 입원 수속을 하고 입원실로 향한다. 이번에도 혼자다. 아내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어 지난번부터 혼자 입원하고 있다.
아내가 좁은 보조침대에서 불편하게 지내는게 못내 미안했기에 혼자 입원하는게 편하다. 거동에 불편함이 있는게 아니니 혼자 입원해도 불편한건 없다. 조금 외롭긴 하지만 워낙 성향이 조용히 혼자 있는걸 편해하기 때문에 심심하진 않다.
가끔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든 현재는 괜찮고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하고 걱정을 안끼치려 한다. 그런데 아내 입장에서는 서운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계속해서 별로 힘들지 않다고 괜찮다고 얘기를 하면 매번 같이 입원해서 옆에서 간호하던 자기는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지 않냐고 한다.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을 것 같다. 항암치료할때 부작용으로 고생한거랑 밥 못 먹고 힘들어하는거 매번 보고 옆에서 보살펴줬는데 누구만 만나면 괜찮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니 말이다.
그래도 부모님 앞에서 너무 힘들었다거나 아프다고 그대로 얘기할수는 없지 않을까. 아뭏든 옆에서 고생하고 돌봐준 아내의 수고와 고마움에 대해서는 사무치게 알고 있고 고마워하고 있다. 다만 나도 천성이 살갑기보다는 무뚝뚝한편에 속하다 보니 낯부끄러운 말을 잘 못하게 된다.
그냥 무던하게 넘어가고는 하는데 아내에 대해 느끼는 고마움과 사랑에 대해서는 조금씩이라도 표현을 해야 겠다. 나혼자 속으로만 생각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에 너무 인색하다.
5차 항암치료는 1차와 3차 동일한 항암제를 맞는다. 1차때는 부작용으로 고생을 했지만 3차때는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걱정은 되지 않았다. 다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병원에만 오면 밥이 안넘어간다. 여전히 밥때가 오면 스트레스 받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사발면을 비롯해 김과 이런 저런 좋아하는 반찬들을 조금 싸왔는데 그걸로라도 억지로 버터봐야 겠다. 울렁거림을 방지하는 패치도 붙여봤는데 매번 효과가 없어서 이젠 붙이지 않는다. 붙이는 패치도 소용없고 울렁거림 방지 약도 먹는데 효과가 없다.
그래도 병원만 나서면 밥은 잘 먹으니 이 정도 어려움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암하면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밥 먹기 힘든 것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
그밖에는 손끝이 저리는 정도인데 고생하는 분들에 비하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는 거의 멀쩡한 것처럼 있을 수 있다. 이제 성인이 된 아이들이지만 내가 아프고 나니 왜 이렇게 어려들 보이는지 모르겠다.
부모 입장에서는 항상 아이들에게 못해준 것만 생각난다고 하더니 정말인것 같다. 더우기 내가 아픔으로 인해 마땅히 해줘야 할 걸 아이들에게 못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답답하다.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 아내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물론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지만 가장으로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하루라도 빨리 건강해져서 가장의 역할을 온전히 다할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하루라도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