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항암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아직도 처음 항암치료를 하기 위해 입원하던 날의 막막함과 두려움이 생생하다. 그때의 그 심정은 뭐랄까, 참담한 심정이었다.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하러 가는 내가 너무 무기력했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전혀 알수 없었다. 세상을 어느정도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가본적 없는 미지의 세계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동안 살아오며 막연하게 알아오던 항암치료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나를 짓눌렀다.
기운없고 무력한 모습, 다 빠진 머리털을 가리기 위한 모자,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 괴롭게 아파하고 구토하는 모습, 주변에 괴로워하는 사람들 모습들이 나와 내 가족들에게 앞으로 벌어질거라고 생각하자 견디기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아내와 집을 나서기전 아들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혹시라도 내 영정사진으로 쓰일수도 있을것이라는 방정맞은 생각이 들어서다. 항암치료 받기 전부터 그런 약한 생각했으면 안되지만, 성격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에 정말 혹시나 싶었었다.
물론 그 용도로 쓰일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네 번의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이제 다섯번째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고 있으니. 처음 1차와 2차때는 부작용때문에 힘들었고, 무균실에서 보름동안 고생도 했지만 다행이 그 뒤로는 순탄하게 흘러갔다.
이젠 아이들도 비교적 적응한 것인지, 안정된 것인지 예전과 다르게 아빠를 대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암에 걸려 회사를 관두고 병원으로 항암치료 하러 입원한다는게 아이들에게도 보통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두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자신들의 든든한 보호자로 있을것 같은 부모님이 갑자기 중병에 걸렸다는 상황이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였을것이다. 내 앞에서 티는 안냈지만 얼마나 걱정되고 속상했을지 짐작이 간다.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엄마와 달리 항상 믿음직하고 강해야 한다. 세상 어느 아빠가 자기 아이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할까. 그래서 나도 아이들에게 내 상황을 얘기하는게 정말로 어렵고 힘들었다.
자꾸만 내 장럐식장에서 상복을 입고 서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힘들었다.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정말 약해진 모습을 보일까봐 걱정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앞에서 아픈 모습이나 힘든 모습을 보일 일은 다행이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었으면 한다. 아이들 앞에서는 영원히 강하고 믿음직한 아빠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