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살다가
너무나 춥고 외로움에 눈물 나거들랑
삼신당이 누워 있는 예당호 언덕 위에
체리낭구 한 그루를 심어 보자.
낭구를 심글 때에는
물빠짐이 좋은 땅을 고르고 나서
잔뿌리가 많은 틈실한 놈으로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얕게 묻어주고
울렁이는 예당호의 물빛을
따뜻한 눈빛으로 한 웅큼 담아내어
뿌리 가까이 넘치도록 흘려주되
한동안 멀리 서서 바라보기만 하자.
매일 아침 습관처럼 일어나
눈으로만 바라보다가
눈이 나고 싹이 돋거들랑
무릎 아래에서 아픈만큼 잘라주고
상처가 아물디 전에
지아온 날들의 갈증과
함께 잠 못 들어 하는
온갖 가설들을 예당으로 흘려 보내자.
가지가 나고 꽃이 필 때를 기다려
햇볕으로 반짝이는 예당호를
텅 비운 가슴으로 담아내면
비로소 낭구는 열매를 맺게 되고
열매는 예당호와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