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자괴

일종의 자기소개서

by 김승규

브런치 작가가 됐습니다. 브런치 작가로서의 첫 글을 적고 있습니다. 무엇을 적어야 할까 꽤나 고민을 했습니다. 저를 설명할 수 있는 글을 적기로 결심했습니다. 결국 저를 알리고 싶어서 글을 적는 것이기 때문이니까 말입니다.


저는 오만합니다. 꽤나 오만하다 느껴집니다. 세상 사람들이 하찮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왜 저렇게 밖에 생각하지 못할까? 왜 이것조차 못하지? 이제껏 뭐 하면서 살았길래 이러한 멍청한 생각만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을 보며 이러한 생각을 자주 합니다. 오만하다는 수식어가 퍽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동시에 자괴에 빠집니다. 오만에 대한 몰입이 깨지는 순간, 오만한 저 자신과 대면하는 순간,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세상 사람들은 실로 멍청하다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저 조차도 멍청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이 자괴의 이유일 것입니다.


저는 이뤄낸 것이 하나 없습니다. 대학교도 나오지 못했고, 취직도 못했습니다. 생애에 겪은 고난이라곤 하나 없고, 너무나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라왔습니다. 때문에 부끄럽습니다. 내세울 장점이 없으며, 잘난 면조차 없다 느껴집니다. 저는 오만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만합니다.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굳이 정답을 찾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 탓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세상이 정말로, 제가 생각하는 대로 사람들이 너무나 멍청한 것이 사실이라면, 저는 오만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입니다. 우월감을 느끼며, 하찮은 행복으로 저를 채우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저의 문제로 돌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자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소에서 자괴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를 합니다. 이것은 곧 자기 회의에 빠지게 만들어주고, 제가 멍청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줍니다. 멍청함을 인지한다는 것은, 제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게 만들어 줍니다. 틀릴 수 있음을 아는 것은 꽤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제가 꽤나 좋아하는 말입니다. 이 말을 품고 산다면, 그 어떤 것에서도 확신을 품기가 힘들어집니다. 무언가에 확신을 가진다는 것은, 본인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행위일 테니까요. 확신은 오만을 뜻할 것입니다. 본인이 틀릴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실로 멍청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자괴라는 요소를 통해서, 제가 모른다는 것을 알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어느 부분에선 확신을 가지는 오만하고 하찮은 인간일 뿐일 테지만요.


자기가 정답이라고 확신하며 말을 하는 자들을 보면 안쓰러움을 느낍니다. 저들은 고정된 사물처럼 보입니다. 인간이 사물처럼 보인다는 것만큼이나 잔혹한 말이 있을까요? 저들은 변화의 가능성이라곤 없는 자들일 것입니다. 본인을 긍정하는 자들은 무엇을 이유로 바뀔 수 있을까요? 인간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물과 다를 것이 무엇일까요? 끔찍합니다. 저는 사물로서 존재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선, 짧은 소개서를 작성해야만 했습니다. 자신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만하니까 말입니다. 동시에 두려웠습니다. 저의 실체가 탄로날까 봐 겁이 났습니다.


저는 글쓰기엔 자신이 있습니다. 타인보다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 역시 오만일 것입니다. 그러나 브런치 작가에 등용 실패한다는 것은, 저의 글쓰기 실력은 사실 보잘것없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오만은 자기 믿음일 것이고, 자기 믿음이 깨지는 순간 오는 감정적 동요는, 저로서도 많이 괴로울 것입니다.


덕분에 많이 떨렸습니다. 합격했다는 알림이 왔을 땐, 다시 오만에 빠졌습니다. 역시 나구나.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구나. 라며 말이죠. 동시에 자괴에 빠졌습니다. 고작 합격한 것이 뭐가 대단한 것이라며 말입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적었습니다. 다루는 주제가 살짝 식 계속 바뀌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선 언짢은 글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고치지는 않겠습니다. 이러한 형식 역시 저를 나타내주는 요소라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