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자괴 2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주제는, 소설 첫문장 이어쓰기였습니다. 모임에서 적은 글을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인간이란, 위에서 내려다보아야 한다.”
사르트르의 [에로스트라트]라는 단편의 첫 문장입니다. 꽤나 오만하다 느껴집니다. 권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나르시즘, 자만, 우월감 등등. 퍽 부정적인 감정을 주는 문장일 것입니다. 나아가 저의 일부를 설명해줄 수 있는 문장일 것입니다.
저는 오만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하찮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로부터 우월감을 느낍니다. 이런 식으로 행복을 채우는 저 자신을 보며 멍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만과 자괴가 병행해서 다가옵니다.
글쓰기를 즐깁니다. 그만큼 독서 역시 즐깁니다. 훌륭한 책을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책에 담겨있는 철학, 인생, 문장 등을 탐독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들 작가와 일방향의 대화를 나누는 느낌입니다. 고전과 철학을 주로 읽습니다. 그들이 다루는 문장은 실로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반동이 있습니다. 훌륭한 작가들과 나누는 대화가 저의 기준을 높여버렸습니다. 제 주위에 이만큼의 논리를 가진, 아름다운 문장을 지닌, 수준 높은 철학을 행하는 자들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시시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들에게선 새로움을 느끼기가 힘듭니다. 자연스럽게 저는, 오만의 길로 빠지게 됩니다.
그들은 어떠한 고민 거리를 풉니다. 그들 스스로가 정초한 철학을 꽤나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시시합니다. 너무나 하찮습니다. 그런 것들로 고민하는 것부터가 웃음이 나옵니다. 어떻게 그러한 가벼운 논제들이 인생의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오만한 부분입니다. 이 오만과 함께 자괴가 따라옵니다. 오만으로써 그들을 재단했다면, 자괴로써는 저를 재단합니다.
그들을 내려다봅니다. 그로부터 우월감을 느낍니다. 그로부터 행복을 느낍니다. 그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저 자신과 대면을 합니다. 부끄러움이 몰려옵니다. 하찮은 행복을 채우기 위해 그들을 내려다 보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멍청한 행위일까요?
부끄럽습니다. 이러한 요소에서 오만을 느끼는 제 자신이, 그것들로 우월감을 느끼는 제 자신이, 그로부터 행복을 채우는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멍청합니다. 이보다 멍청한 존재가 있을까요? 제가 느끼는 멍청한 인간들과, 제 자신의 차이가 대체 무엇일까요? 차이가 있다면, 저 자신이 더욱 멍청하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스스로가 하찮게 느껴집니다. 근거가 있다면 자신감일 테지만, 근거가 없다면 허영일 뿐일 겁니다. 저는 허영으로 가득찬 인간입니다. 그것을 인지합니다. 때문에 자괴를 느낍니다. 부끄럽습니다.
자괴라는 요소 덕분에 아직 살아남을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오만으로만 저를 채웠더라면, 이것만이 저의 동력이었다면, 저는 나르시시스트의 어떤 것 수준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자괴를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부정할 수 있어서 안도를 느낍니다.
더 써내려가야 할 내용들이 많은데, 못 하겠습니다. 저의 생각을 당장 언어로 도저히 정리할 수가 없습니다. 제 언어의 한계를 느낍니다. 저는 고작 이것도 못하는 인간입니다. 그런데도 오만합니다.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