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물길을 따라_순천 여행

만족스러운 여행은 어디에

by 김승규

아, 푹 잤다. 오랜만인 것만 같다. 요새 아침만 되면 절로 눈이 떠진다. 때문에 그동안 푹 자질 못했던 것 같다. 오늘 역시 아침에 눈을 떴다. 다만 어제 일찍 잠에 들었던 덕분에 푹 잘 수 있었다.


카페로 향한다. “콜드브루” 혹은 “더치 커피”.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옆 카페에서 이걸 시그니쳐로 팔더라. 지나칠 수가 없다. 커피를 마시며 책이나 읽어야지.


이런, 책이 너무 안 읽힌다. 사실 여행 와서 책을 양껏 읽을 계획이었다. 여유롭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래, 계획한 대로 진행되면 여행이 아니지. 1시간 정도 끙끙 읽었지만, 더 이상은 못 읽겠다. 집중도 안 되는데 무슨 소용일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순천엔 천이나 강이 참 많은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환경이다. 천 주변을 걷는 것, 물이 졸졸 흐르는, 이 환경이 주는 분위기가 좋다.


점심을 먹으러 향한다. “1937모밀우동”. 특이하게 주 4일, 점심에만 장사한다더라. 짧은 시간만 장사해도 운영이 되다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모양이다. 믿음이 생긴다. 웨이팅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미리 가서 기다리자.


명단을 적는데, 특이하게 지역까지 적으라더라. “서울”이라 적었다. 오호, 다른 사람들의 지역은 죄다 “순천”이다. 지역 주민이 찾는 식당, 맛집이란 소리겠지. 더욱 믿음이 간다. 운이 좋게도 가게가 열자마자 입장할 수 있었다.


정겨운 할머니가 맞아주신다. 편견이었을까? 젊은 사람이 운영할 거라 생각했다. 힙하지 않은가. 일식을 하고 있고, 주 4일만 운영한다. 이런 곳에서 할머니가 나올 거란 생각을 못했다. 흥미로움을 느꼈다. 혼자 왔기 때문에 1인석으로 안내해 주신다. 창문을 마주한 자리다. 내가 좋아하는 자리다.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자리라니. 운이 좋다.



음식이 나왔다. 맛있어 보이는군. 우선 소스 없이 먹어본다. 음, 쫄깃하군. 이번엔 소스에 담가 먹어본다. 흠, 왜 유명한 거지? 평범한, 그보다 약간은 맛있는, 딱 그 정도의 집이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 걸까? 아쉽다. 아쉬운 마음을 지닌 채로 식사를 마쳤다.


산책하러 간다. “순천만국가정원”에 가보려 한다. 영상을 통해 안 곳이다. 꽤나 잘 조성된 곳처럼 보였다. 산책도 할 겸, 여행을 더욱 알차게 보낼 겸 가본다. 날이 춥다. 걱정이긴 하다. 이 날씨에 야외 활동은 말도 안 된다. 그럼에도 난 여행을 즐겨야만 한다. 새로움을 찾아야만 한다. 아직까지도 만족하지 못한 여행이다. 이곳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내 예상보다도 훨씬 크다. 우선 전망대로 가보자. 위에서 이곳을 내려다보자. 얼마나 큰지 가늠해보고 싶다. 이런, 이렇게나 크다니. 오늘 이곳을 전부 방문하긴 무리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야겠다.


그나저나 사람이 없다. 정말로 없다. 이 넓은 장소에 나만 있다. 조용하니 좋다. 아니, 좋은가? 사실 모르겠다. 저번 에버랜드에 갔던 때가 떠오른다. 사람이 너무 많아 괴로웠다. 소원을 빌 수 있다면, 그 장소에 있던 사람을 전부 없애버리고 싶었을 정도였다. 소원이 뒤늦게 이루어졌다. 이곳엔 사람이 없으니. 그러나 막상 사람이 없으니 좋지만은 않다. 외로운 걸까? 무서운 걸까? 내 감정을 모르겠다. 나란 존재는 왜 만족을 모르는 걸까?


새가 정말로 많이 보인다. 자연 속에 있는 기분이다. 새소리가 주위에서 난다. 눈을 돌릴 때마다 새가 보인다. 저 호수엔 오리, 거위들이 보인다. 아아, 사람은 없지만 동물은 있다. 그래, 사람 구경은 실컷 했으니, 여기선 동물 구경을 하자.



다음 목적지는 “순천만 습지”다. 예정에는 없던 곳이다.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차를 타면 갈 수 있더라. 사실 슬슬 지쳐간다. 날이 너무 춥다. 그만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 그럼에도 떠나기로 한다. 온 김에 실컷 즐기자. 언제 다시 올지 모르지 않나. 만족스러운 여행을 해야만 하지 않나.


습지에 도착했다. 아아, 이렇게 광활한 갈대밭은 처음 본다. 새도 많이 보인다. 자연이 느껴진다. 웅잠함이 느껴진다. 오길 잘했다. 슬슬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어가고 있다.


흑두루미가 마스코트인 듯하다. 천연기념물이지만 이 습지에 자주 들른다더라. 온 김에 보고 싶어졌다. 그래, 보러 가자. 저것만 보고 오자. 날이 너무 춥지만, 그럼에도 걷는다. 더욱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저 멀리 흑두루미가 보인다. 너무 멀리 있어 아쉽지만, 그래도 어떠한가. 오리들이 날아다닌다. 진영을 맞춰 날아다닌다. 신기하다. 저들은 어떻게 저런 진열을 맞추는 걸까.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


진짜 미친 추위다. 강이 옆에 있어서 그럴까? 바람이 너무 심하다. 제주도에서 자란 나지만, 이런 바람은 견디기 힘들다. 얼른 돌아가자. 기력을 다 썼다. 얼른 돌아가서 쉬자. 충분히 많이 돌아다녔다. 아아, 피곤하다.


저녁을 먹고 카페를 향한다. 글을 쓸만한 적당한 곳을 찾는다. “청춘창고”라는 곳을 가보려 한다. 청년들이 운영하는 상가라고 들었다.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기대가 된다.


아, 이게 뭐지? 절반 정도가 문을 닫은 것만 같다. 하루 쉬는 건지, 망한 건지. 실망스럽다. 청년이 하는 곳이라 그럴까? 전문성이 많이 떨어져 보인다. 커피라도 파는 곳이 있더라면, 앉아서 글만 적을 수 있더라면. 아쉽게도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휑한 분위기, 이런 곳에서 글을 쓰고 싶지 않다. 에잇, 짜증을 느낀다.


아침에 갔던 카페에 다시 왔다. 이곳은 글을 쓰기에 탁월한 장소다. 가만 앉아 글을 쓰니 나른해진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숙소에 가면 목욕을 해야지. 숙소에 욕조가 있다. 얼마 만에 하는 목욕인가. 기대가 된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할 듯싶다. 글은 여기까지만 쓰련다. 내일은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내일까지 열심히 즐겨야지. 만족스러운 여행을 보내야지.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