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명기-정해진 결말

by 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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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변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이 가져온 이 새로운 산업혁명은 단순히 생산성 향상이나 기술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뒤흔들고, 계급관계를 재편하며,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재 가치 자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변화이다. 현재의 궤도를 따라간다면 우리가 직면할 것은 극복하기 어려운 파국적 상황이며, 그 무대 위에서 벌어질 마지막 막의 시나리오는 우려스럽게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21세기의 자본가들은 과거의 어떤 지배계층보다도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었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다. 이들 부의 신계급은 전통적인 생산수단의 소유를 넘어서, 인간의 지적 능력까지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창의성과 판단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의 AI 혁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공지능은 단순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복잡한 인지 업무, 창작 활동, 심지어 의사결정까지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본가들에게 완전한 자동화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고, 동시에 노동자 계급에게는 존재론적 위기를 안겨주었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2024년 기준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3조 달러를 넘어섰고, 엔비디아는 2조 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이들 기업의 직접 고용 인력은 각각 22만 명, 2만 6천 명에 불과하다. 이는 과거 제조업 중심의 거대 기업들과 비교하면 놀라운 차이다. 1979년 GM의 전성기 시절 고용 인력이 85만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오늘날의 기술 기업들이 얼마나 적은 수의 인력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지 알 수 있다.

자본의 집중도는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러한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새로운 계급 사회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AI와 로봇의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노동자 계급을 넘어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급속도로 몰락하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이미 로봇이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서비스업에서도 자동화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다. 운전기사, 번역가, 회계사, 심지어 의사와 변호사까지도 AI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제 위험에 처한 것은 단순히 '블루칼라' 노동자만이 아니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모든 직군의 인간, 즉 생산성 증진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기계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잉여 계급'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다. 이는 전통적인 계급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소수의 AI 소유자'와 '대다수의 AI 대체 대상자'라는 새로운 이분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전체 노동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변화가 단순 반복 업무뿐만 아니라 고도의 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전문직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단순히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존재 의미까지 상실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가치는 그가 창출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로 평가되는데, AI가 인간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면 인간의 가치는 급락할 위험이 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조정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의 기술 변화에서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여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AI 시대의 변화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AI는 인간의 학습 능력을 모방하고 능가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더라도 인간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노동자 계급은 정치적 포퓰리즘에 현혹되기 시작한다. 복잡한 경제 구조와 기술 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운 대중들은 단순하고 감정적인 메시지에 쉽게 매료된다. 이민자 탓, 세계화 탓, 정치 엘리트 탓을 하며 진짜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더욱 위험한 것은 부의 신계급이 이러한 대중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조작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정치적 프로세스를 통제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딥페이크 기술, 개인 맞춤형 프로파간다 등을 통해 대중의 인식과 선택을 은밀하게 조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이 보여준 것처럼,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정치적 조작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 페이스북 사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수집되어 정치적 광고에 활용된 이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례로 기록되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로운 토론과 합리적 의사결정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시민들은 자신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민주주의의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그 실질적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 방식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극심한 불평등과 사회적 모순은 항상 혁명적 변화를 낳았다. 프랑스 대혁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특권층의 횡포와 경제적 위기가 극에 달했을 때, 분노한 민중들은 기존 체제를 뒤엎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했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상황도 혁명적 변화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극심한 불평등, 대중의 불만, 기존 정치 시스템의 무력함 등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다. 노동자 계급의 처우가 계속 악화되고, 사회적 이동의 사다리가 완전히 차단된다면, 언젠가는 폭발적인 사회적 저항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기득권층은 숫자상으로 절대적 열세에 있었다. 인구의 2%에 불과한 귀족과 성직자가 98%의 평민을 억압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민중이 깨어나면 혁명은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 물리적 힘의 균형이 민중 쪽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의 신계급은 단순히 경제적 자원만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이를 통한 대중 인식의 형성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혁명의 전제 조건인 '계급 의식의 각성'과 '연대의 형성'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AI 시대의 혁명은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에서 벌어질 것이다. 부의 신계급은 더 이상 숫자의 열세에 있지 않다. 그들은 AI와 로봇이라는 강력한 동맹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정교한 감시 카메라 네트워크, 안면인식 시스템, 자동화된 진압 장비들이 이미 도시 곳곳에 배치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억 개가 넘는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며,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AI 기반 감시 시스템이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산업용 로봇 기술의 응용으로 등장한 보안 로봇들이 공항, 쇼핑몰, 오피스 빌딩에서 순찰을 돌고 있으며, 군사용 무인 시스템들은 이미 실전에서 그 위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자동화된 보안 체계는 소수의 관제 인력만으로도 대규모 인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해준다. 이들 시스템은 24시간 지속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저항 세력을 사전에 식별할 수 있다.

혁명이 일어나더라도, 민중들이 맞서야 할 상대는 더 이상 단순한 물리적 힘만이 아니다. 그들은 전국에 촘촘히 설치된 감시망, AI가 분석하는 빅데이터 시스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선제적 대응 체계와 싸워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점점 더 정교해지는 자동화 무기 체계들 - 현재의 보안 로봇에서 발전한 진압용 로봇들, 무인 항공기, 자율 주행 장갑차 등이 혁명 세력을 상대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여도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예측하는 디지털 감시 국가와 자동화된 물리적 진압 시스템을 상대로는 조직적 저항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러한 억압 시스템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AI는 사회적 불안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저항 세력을 사전에 무력화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명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변수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째, 기술 자체의 양면성이다. AI와 로봇 기술이 지배층의 통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 기술들은 저항 세력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해킹, 사이버 공격, 분산형 네트워크를 통한 조직화 등은 전통적인 혁명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저항의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익명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나 위키리크스 같은 조직들은 이미 기존 권력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도전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기술 개발자들 내부의 분열이다. AI와 로봇을 만드는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이 모두 기존 체제의 수호자는 아니다. 구글의 '프로젝트 메이븐' 반대 운동이나 아마존 직원들의 안면인식 기술 판매 중단 요구처럼, 많은 기술자들이 자신들의 창조물이 인류를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도덕적 갈등을 느끼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내부 고발이나 기술적 사보타주를 통해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국제적 압력과 분열이다. 모든 국가가 동일한 속도로 AI 독재 체제를 구축하지는 않을 것이며,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은 지배층의 통합된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유럽연합의 AI 규제법 제정 노력이나 일부 국가들의 감시 기술 수출 제한 조치들은 이런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수들은 단순히 지배층의 억압을 완화하는 것을 넘어서,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저항과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능성들을 어떻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발전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목격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형태의 사회적 갈등이다. 대다수 인간의 분노와 저항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것이지만, 그 결과는 과거와 전혀 다를 것이다. AI와 로봇으로 무장한 부의 신계급이 이러한 저항을 효과적으로 진압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이 완전한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장기간에 걸친 새로운 형태의 계급투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게릴라전, 기술적 사보타주, 분산형 저항 네트워크 등 전에 없던 투쟁 방식들이 등장할 것이며, 지배층 역시 이에 대응하여 더욱 정교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암울한 미래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있다.

첫 번째 선택지는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바꾸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기술의 양면성을 활용하여, AI와 로봇 기술이 소수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복리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개발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AI 개발에 대한 민주적 감시와 통제 메커니즘 구축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와 편향성 제거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

오픈소스 AI 기술 개발 지원을 통한 기술 독점 방지

시민사회의 기술 이해도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


두 번째는 새로운 경제 모델의 모색이다. 전통적인 노동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대안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보편적 기본소득(UBI) 제도의 단계적 도입과 실험

AI와 로봇이 창출한 부가가치에 대한 과세 시스템 구축

플랫폼 협동조합 모델을 통한 디지털 경제의 민주화

커뮤니티 기반 공유경제 생태계 구축

창의적 활동과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 인정과 보상 체계


세 번째는 국제적 협력과 규제의 강화이다. 기술의 글로벌한 특성을 고려할 때, 개별 국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과 감시 목적 사용에 대한 국제 협약 체결

초국적 기술 기업에 대한 공동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디지털 인권 보장을 위한 국제 기준 설정

개발도상국의 기술 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적 지원 체계


네 번째는 시민 사회의 각성과 조직화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한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 증진

풀뿌리 시민 단체들의 네트워킹을 통한 연대 강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 구축

대안 미디어와 독립 저널리즘 지원을 통한 정보 독점 견제

지역 공동체 중심의 자급자족 경제 모델 실험


이러한 노력들이 성공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자본의 논리와 기술 발전의 관성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낙관적 전망만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체념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역사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

우리는 과연 이 거대한 전환점에서 '정해진 파극'을 깨뜨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새로운 서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지금, 우리 각자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 역사는 결코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이미지 출처 https://kr.pinterest.com/pin/822399581988887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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