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몽주의

by 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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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듯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우리는 과연 더 현명해지고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인류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에 접근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많은 거짓과 편견에 잠식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우리를 편향된 정보의 거품 속에 가두고, 포퓰리즘 정치인들은 감정에 호소하며 이성적 판단을 방해한다. 명백한 과학적 사실조차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고, 검증된 의학 기술은 음모론의 표적이 되는 현실.

이것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다.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맞섰던 미신과 권위주의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옷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암흑기다. 이 혼돈의 심연에서, 우리는 새로운 빛을 갈망한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선 새로운 지향점, 즉 신계몽주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신계몽주의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구체적인 원칙과 실천을 요구한다.

먼저 이성을 재건해야 한다. 18세기 계몽주의가 문자 해독을 통한 지식 보급을 중시했다면, 21세기 신계몽주의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핵심으로 한다. 정보의 출처를 검증하고, 알고리즘의 편향을 인식하며,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능력이야말로 현대적 이성의 기초다. 모든 시민이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비판적 사고, 통계와 데이터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능력,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에 대한 기본 이해,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과 그것이 정보 유통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이성의 재건은 과학적 방법론의 재확립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과학적 방법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으며, 동시에 과학적 무지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신계몽주의는 과학적 방법론을 모든 영역에서 의사결정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과학 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책 결정, 교육, 심지어 개인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증거 기반 사고가 필요하다. 직관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데이터와 논리에 의해 뒷받침될 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18세기 계몽주의가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면, 21세기 신계몽주의는 글로벌 차원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기후변화, 팬데믹, 인공지능과 같은 현대의 도전은 경계를 넘어선 인류애와 협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성별·인종·종교·성적 지향에 관계없는 평등,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 환경권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그리고 디지털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옹호한다.


이 모든 노력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기술 발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 신계몽주의의 핵심 관점이다. 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빅데이터 등 프로메테우스의 불과 같은 강력한 기술이 등장하는 시대에 우리는 더욱 신중한 윤리적 성찰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과 도입에 있어서 이 질문들이 우리의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이 기술이 인간의 자율성을 증진시키는가? 불평등을 심화시키지는 않는가? 민주적 의사결정을 훼손하지는 않는가? 지구 환경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이러한 원칙들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서만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교육의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의 씨앗을 심는 교육 시스템으로의 근본적 변화가 시급하다. 단순 암기보다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학생이 코딩, 데이터 분석,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본 소양으로 배워야 한다. 또한 평생 학습 체계를 구축하여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상아탑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동시에 민주주의의 디지털 업그레이드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가 기술로 깨어나야 한다. 기존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참여 민주주의를 모색해야 한다. 시민 배심원제, 온라인 토론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 등을 통해 더 많은 시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의 권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도 필요하다.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 개인정보 보호 강화, 플랫폼 독과점 방지 등이 시급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미래를 위한 공존의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 경제 성장이 무조건 선이라는 20세기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경 한계 내에서의 발전, 순환 경제, 공유 경제 등 새로운 경제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탄소 중립 달성, 생물 다양성 보전 등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이 절실하다.


비관적 현실 진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품는다. 인류는 이미 많은 난관을 극복해왔다. 질병과 기아, 문맹과 불평등을 크게 줄였고, 평균 수명을 늘렸으며,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18세기 계몽주의가 그랬듯이, 21세기 신계몽주의도 소수의 지식인이 아닌 모든 시민의 참여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성과 과학, 자유와 평등, 관용과 연대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것을 21세기적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실천해야 할 뿐이다. 우리는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A%B3%84%EB%AA%BD%EC%8B%9C%EB%8C%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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