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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걸음질이 아니라 돋움닫기였음을

by 메이옹

석사과정을 하면서 자립준비청년들은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성인이 되어 갈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자료를 찾고, 기관에 메일을 보내봤지만, 제한적이었다.

내가 뛰어들어 직접 만나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1년에 걸쳐 사회복지사 자격에 필요한 과목을 석사를 하면서 이수하고,

자립준비청년을 보호하는 기관에서 실습을 하기 위해 실습요청을 하였지만,

현재 감사기간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거절을 받고도 나는 장문의 메일로 내가 왜 자립준비청년을 연구해야 하는지,

이 실습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실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듯

설명하였다.


놀랍게도 담당자분께 어떤 분인지 알고 싶다면서 전화를 받았고,

면담을 통해 드디어 실습 허락을 받았다.


실습이 끝난 후에도 몇 년간 나는 그 기관의 청년들의 진로상담을 진행했고,

지난 금요일에는 행복자립지원사업의 운영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을 시작하였다.


석사 논문을 쓸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에 대해 "대단하다." 하면서도 말끝에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지 않아요?" 하며 나의 미련함과 고지식함에 혀를 끌끌 차는 선배들의

속뜻을 모르는 척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보니

뒷걸음질로 보였던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혹은 나의 지향하는 바에

더 가까이 가려는 돋움닫기였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우직함을, 느림을 그냥 생긴 대로 누리려고 한다.


지금 당신이 걷는 걸음을 남들이 무엇이라고 부르든 별 상관없다.

나의 걸음을 걷는 것이 중요할 뿐.


이름 모를 독자들을 격려하고 싶다.

"당신이 걸음을 내딛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그 걸음은 당신을 당신의 길로 이끌 것이라고."


*자립준비청년 :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등이 국가의 보호를 받다가 18세가 되어 그 보호가 종료된 보호종료아동을 일컫는 다른 이름


독자에게 질문

지금도 천천히, 꾸준히 가고 있는 길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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