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음악을 들으며
낯선 이의 어깨에 기대 눈물 흘릴 수 있는 세상
그 어깨가 젖어도 개의치 않는 세상
남 앞에서 흘리는 눈물을 굳이 닦을 필요 없는 세상
저편에 있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내 얘기일까 불안하지 않은 세상
그들에게 다가가 허물없이 대화에 끼어들 수 있는 세상
악수가 형식이 아닌 세상
그 손바닥에서 온기가 전해지는 세상
땀나는 손바닥에도 불쾌해 하지 않는 세상
어제 한 실수로 내일 함께 웃는 세상
그 실수를 보고 웃어도 비웃음이 되지 않는 세상
실수를 보고 웃을 때 실수한 사람도 같이 웃는 세상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상상하지 않고
현실이 오히려 상상을 자극하는 세상
노력 없는 짜릿함을 갈구하기보다
노력이 짜릿함이 되는 세상
전화기 없어도 불안하지 않은 세상
사진 찍지 않아도 추억이 되는 세상
우산 없이 비 맞아도 개운한 세상
그래도 감기 걸리지 않는 세상
신발 없이 걸을 수 있는 세상
제 밥그릇만큼만 채우는 세상
그래서 굳이 남을 도울 필요 없는 세상
행여 남이 더 가져도 박수 쳐주는 세상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굳이 또 돈 들일 필요 없는 세상
과정이 결과가 되는 세상
사랑이 영화 소재가 될 필요가 없는 세상
해가 지면 모두 돌아갈 곳이 있는 세상
그래서 이불 덮지 않아도 따뜻한 세상
말 한마디마다 갓 지은 밥 한 공기 향이 모락모락 피는 세상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행복도 같이 타는 세상
캠핑이 필요 없는 세상
밤에 조명이 필요 없는 세상
조명 대신 밤하늘 별이 가득한 세상
그래서 밤은 밤으로 살고 낮은 낮으로 사는 세상
길은 잃어도 꿈은 잃지 않는 세상
누구의 꿈도 비웃지 않는 세상
밤에는 꿈을 꾸고 낮에는 그 꿈을 이루는 세상
외로움은 안아주고 고독은 비켜주는 세상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똑같은 세상
뇌경색 후 어눌함마저 다정한 세상
건강을 좇지 않아도 건강한 세상
건강이 나빠져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
가족의 죽음을 온 가족이 모여 그 집에서 볼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젊을 때부터 죽음이 낯설지 않은 세상
어디에도 없지만 모든 이들의 마음 어딘가에 항상 있는 세상
현실이 그렇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음악을 듣다가 끼적여봅니다.
각자 자기만의 세상을 상상하며, 들려 드립니다.
'정(情)으로 지은 세상'
https://youtu.be/iVQzuT8VfJw?si=a1HL_AlNPfE9X6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