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매의 둘째
분명 아이는 웃고 있는데 모든 것이 불안한 상태.
무엇이 이 아이를 이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의 내면과 너무 비슷해서 더더욱 마음이 많이 쓰이던 둘째.
나 또한 내면의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극단적으로 밝아지거나 분노가 조절이 안되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아이의 모습을 차분히 지켜보았다. 본인의 불안을 덜어낼 만큼 실컷 떠들었던 것일까. 엄마가 본인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신경쓰지도 않은 채, 자기 할말만 쏟아내고 휙 돌아서버렸다.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섵부른 위로같은거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엄마가 네 곁에 항상 있다는 것, 엄마는 항상 네 편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를 계속 고민하다 결국 방법은 아이를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아 주는 것. 그리고 아이가 분노하는 그 시점에 나는 흥분하지 않는 것, 그렇다고 그것이 무관심이 아닌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는 흔들리지 않는 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어제 밤,
자기 전, 마침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모든 상황을 지켜보지 못했을 때 터지고 말았다.
큰 아이와 둘째 아이가 함께 놀던 우노 카드는 바닦에 흩뿌려진 채, 둘째 아이의 분노는 이미 가득해서 터져버린 상태였고, 둘째의 폭발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아이들은 둘째가 울던지 말던지 자기들 할 일만 하고 있는 상태였다. 둘째의 분노에 불을 붙인 첫째 마저도 누워서 책을 읽고 있던 상황.
"00야. 엄마랑 얘기좀 하자."
역시, 한번 부르면 움직이질 않는다.
같은 말을 다섯번 정도 반복했을 때, 아이가 억울함을 가득 안고 울며 상황을 이야기했다.
언니가 어쩌고 저쩌고.......대답을 안하고 어쩌고 저쩌고......
"알겠어. 언니가 대답안해서 속상한거 알겠어. 그런데 엄마랑 얘기좀 하자."
둘째를 데리고 들어간 옷방.
마주 앉은 채,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가슴이 또 콱 막혀왔다. 그래도 나는 엄마이지 않은가.
"00야. 언니가 대답하지 않아서 속상했어"
"(끄덕끄덕.....흐느낌)."
"너가 화난거 엄마도 충분히 알겠어. 그러면 무시하는 느낌도 들고, 엄마도 너희가 엄마 말에 대답 안하면 같은 느낌이야. 그런데, 아무리 화가 났어도 이렇게 소리지르고 던지는 행동은 잘못 된거야. 00가 이러면 엄마 마음이 너무 힘들어. 엄마는 너가 어떤 모양이라도 다 사랑하지만 엄마가 널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잘못된 행동하는건 고쳐야된다고 말하는거야."
아이 내면에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아이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다른 날 같았으면 듣기 싫다고 귀를 막아버린다던지, 딴짓을 하며 눈을 또록또록 굴렸을텐데,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 닿은걸까.
그런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꼬옥 안아주고 기도해주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자기도 잘 모르는 자기의 불안함을 견뎌내기 위해 온 몸으로 뿜어낸 폭력.
그걸 안아줄 수 있는건 부모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이 아이가 안쓰러우면서도 내가 더 아이를 사랑하고 때론 단호하게, 그리고 따듯하게 안아주어야겠구나 다시한번 다짐이 되었다.
그렇게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엄마는 어떨 때 마음이 가장 힘들어?"
배게를 꼬옥 끌어안은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나는 친구들이 이렇게 할 때 마음이 가장 힘들어."
지난 두달간 한번도 자기 속을 편안하게 보여주지 않았던 둘째가 자기의 가장 불편했던 감정들을 차분하게 꺼내어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잠에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들의 유아기, 그보다 더 어린 아가들을 돌보느라 놓친 내 아이들의 눈빛을 제대로 마주한 것이 바로 팬데믹 이 후 였으니 나는 그리 좋은 엄마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라도, 아이들의 눈을 보고 그 마음을 만져주길 바라며 매일 공부하고 있다. 아이들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곁에 있어 주는 것, 아이들에게 정확한 선을 알려 주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덜 혼란스러워 하도록 돕는 것.......
그래서 이름을 붙여본다. "아이와의 관계 개선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가 될 지는 오랜 시간 지켜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그 끝은 모두가 마음으로부터 웃게 되는 날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