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입원, 당일 퇴원?!
수술을 결정한 후 나는 분주해졌다.
수술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미국에서 하는 수술이라니.
미국 병원에서 아이를 넷이나 낳았지만
'수술'은 출산과는 다른 일이었다.
이미 익숙했던 출산과정과는 전혀 생소한 수술이라는 과정.
게다가 당일 입원, 당일 퇴원이라니!!
내 수술 시간은 오후 3시로 예정되어있었다.
낮 12시까지 가서 수술 전 피검사를 하고 1시에 입원.
3시 수술.
수술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라고 했다.
그 후 1시간여의 회복을 거친 후
오후 5시쯤 퇴원 예정이 되어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찾아보았던 다양한 블로그들에선
적어도 1주일이라는 시간을 입원한다고 하고, 수술 후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이틀 정도는 무통주사를 맞는다고 하는데
당일 입원에 당일 퇴원이 가능한 것인가?
문득 남편이 신장결석 수술을 하던 당시의 일이 생각났다.
2019년 10월 즈음이었나.
신장결석으로 남편은 밤에 수술을 하러 병원에 갔고
다음날 새벽, 수술이 잘 진행되었으니 보호자가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들을 다 유치원에 보내고 오전 8시쯤 병원에 도착했을 때,
나는 회복실로 안내를 받았다.
처음 보는 회복실의 풍경.
그땐 코비드 상황도 아니었어서 커튼 하나로 가려진 침대들이 회복실에 가득했고
수술 후 회복을 하는 환자들로 침대가 가득 찬 상황이었다.
그 사이, 남편이 누워있었다.
아직 마취가 다 깨지도 않은 상황에서 퇴원수속을 하라는 병원이 어이가 없었던 경험.
그렇게 마취에서 조금 깨어나길 기다린 지 1시간 정도.
간호사는 이런 환자의 상태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휠체어를 끌고 와
비몽사몽 한 남편을 앉히고 나에게는 차를 대기하라고 했다.
그렇게 아직도 마취약에 취한 남편을 데리고 왔던 그것이 문득 떠올랐다.
수술 당일.
피검사를 위해 12시까지 병원에 도착했다.
나 대신 아이들과 함께 있어줘야 하는 남편은 나를 병원 앞에 내려주고 다시 아이들과 집으로 향했고
그렇게 나는 병원으로 또 혼자 들어가게 되었다.
피검사 실로 가서 피를 뽑고 입원절차를 위해 1시까지 의자 앞에 앉아 기다렸다.
수술을 위한 금식과 다리 통증, 급격히 밀려온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해 구토가 올라오며 어지러웠다.
1시까지 기다리던 그 한 시간이 마치 1년 같은 느낌.
1시가 되어 입원 접수를 하러 갔다. 내 신분증과 보험증을 갖고 입원 절차를 진행하던 직원이 Pre-register를 했는지 물어보았다.
아...... 맞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Pre-register를 했어야 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큰 병원에 오다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던 절차였다.
직원은 본인이 대신해주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알아서 척척 일을 진행해나갔다.
웬만하면 미국에서 만날 수 없는 친절한 응대라니.
보통은 알아서 하고 오라고 하는데 보호자도 없이 괴로워하며 혼자 있던 내가 불쌍해 보였던 걸까.
그렇게 입원 절차를 마치고 나는 수술 준비 방으로 옮겨졌다.
수술 준비실은 칸칸이 방으로 되어있었다.
옷을 갈아입는 화장실이 옆 방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고
안에서 문을 잠글 수 없는 시스템이라 화장실에 들어가면 인기척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했으나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그저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기다리는 일 밖에 내게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눕자 간호사 두 명이 와서 기본적인 바이탈 체크를 한 후
IV를 연결했다.
블로그 리뷰에서 일반 주삿바늘보다 굵어서 엄청 아팠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이를 넷 낳은 나로서 IV는 오히려 반가운(?) 존재였다.
IV를 꽂은 순간, 침대에서 나갈 수 없다는 것.
아무도 나를 방해할 수 없다는 일종의 해방감까지 느끼는 그런 부분이었다.
그렇게 IV를 꽂은 후, 소지품을 가지러 경비원이 왔다.
지갑에 무엇이 들었는지 하나하나 다 적은 후 봉투에 밀봉해 침대 밑에 넣어두었다.
수술 시간을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의사가 보였다.
수술 전 환자를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
4시. 의사를 보고 괜찮은지 안부를 짧게 묻고
4시 30분.
마취과 선생님이 와서 IV에 마취제를 넣은 후 바로 나는 수술 방으로 옮겨졌다.
두 명의 간호사가 침대를 통째로 밀었고
수술 방에 도착하고 침대를 옮기자마자 그대로 잠이 들었다.
"Mr. Kim, Mr. Kim."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깨야하는데 깨어나지 못하는 그런 느낌.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었다.
머리가 웅웅 거리고 잠에 취해 간호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남편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말인 듯했다.
7시.
다시 눈을 떴을 땐 남편이 곁에 서 있었다.
퇴원 후 집에서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듯했다.
무슨 정신으로 옷을 갈아입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취 때문인지 다리에 통증은 크게 없었다.
아마도 약기운에 취해서 그렇게 쉽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이 신장결석 수술을 하고 퇴원했던 그날의 아침처럼,
나는 거의 등 떠밀리듯 옷을 갈아입고 휠체어에 앉아 비몽사몽간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
집에 도착해 1층 소파에 눕자마자 다리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병원 처방 진통제를 미리 받아두었어야 했는데 그럴 정신이 없었다.
남편은 아이넷을 봐야 했고 지인에게 잠깐 아이들을 맡긴 후 나를 데리러 와야 했다.
타이레놀 두 알을 먹은 후,
수술 첫날, 그렇게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