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통찰을 바라보다.
책의 위대한 점은 이미 세상에는 없는 세계 거장들의 이야기를 미래에 전달하는 것에 있다. 책 뿐만 아니라 모든 기록매체가 해당하는 내용이라도, 글이란 것은 가장 간편한 전달 수단이다.
그림은 꾸준한 연습 끝에 그려지고, 영상은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으며, 과거에는 노트와 펜,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글을 쓸 수 있다. 글에 대한 접근성은 그 어떤 매체보다도 뛰어나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말이다.
글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글자를 읽는 법만 터득한다면, 사람은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반면 위대한 거장들의 그림을 미술관에서 본다 한들, 미술에 대한 조예가 없거나 예술적인 감각을 익히지 못한다면 큰 감흥이 있겠는가? 베이스를 치지 않는 사람이 노래 속에 숨겨진 베이스라인을 콕 집어서 듣겠는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글은 가장 보편적인 전달 매체였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만약 글을 쓸 수 없었다면, 쇼펜하우어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까? 위대한 통찰은 그림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글이 있었기에,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옅보고, 고전에서 의미를 찾아 현재에 적용하고, 현대에 살고있는 거인의 어깨 너머를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것은 여기까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맞이하는 문제들에 명쾌한 해답이 있더라면 어떨까?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그게 문제였을까?
어지럽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에 노출되어 있다. 문제도, 해결법도 너무 많아 무엇을 골라야 할지 고민한다. 고민하다가 결국 끝나고 만다. 무엇이 정답인지도 모른채. 휘둘리다가 그저 끝난다. 과거에는 있었던 단순함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에서 쇼펜하우어는 직설적으로, 간단하게, 긴 설명 없이 조언한다. 지금에는 부족한 간단명료함에 머리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왜 그렇게 깊이 고민했을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는데."
책을 읽어보면, 한 두 페이지정도에 하나의 "수업"을 보게 된다. 하나의 문장을 읊고, 짧은 부연설명이 붙는 내용이 반복된다. 와닿지 못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어느정도는 나의 삶에 적용해볼 법한 내용들이었다.
적용을 한다는 것이지, 삶이 크게 변할 수는 없다.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가끔 사람들은 큰 영향을 받아 삶이 완전히 변했다곤 한다. 나는 그것을 경계한다. 책 한 권으로 바뀔 인생이 정말 옳은 방향인걸까? 책 한 권마다 지대한 영향을 받아 삶이 변한다면, 그야말로 비극이 아닐 수가 없다. 인생은 쌓아가는 것. 젠가처럼 무너뜨리고 새로 쌓는 것이 아니다.
가장 와닿았던 한 문장은 "고난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로 살아갈 수 없다." 라는 문장이다. 최근의 나는 많은 고난에 시달려있나보다. 공모전, 개발 활동, 학교생활과 알바를 병행하는데 돈은 부족하고 주말에는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다. 이러다보면 무언가 하나쯤은 기대고 싶고, 하물며 포기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 편해질 수도 있다. 열심히 산다고, 힘들게 산다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내 정신이 복잡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한 나의 상황에서 "고난이 없으면 우리는 우리로 살아갈 수 없다." 이 문장은,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 고난이 나를 만들고, "내가 원하는 나"를 조각해가는 과정임을 깨달았을 때, 고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나의 행동이 좋은 결과에 다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내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더 성장시킨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다.
맨날 태평하게 누워서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면, 과연 그것은 즐거운 인생이었을까? SNS를 통해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짧은 영상을 몇시간째 바라만 보다 결국 하루를 끝내는 것이 고난과 마주하는 인생보다 가치있는 인생인가?
오히려 고난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 즐겁다. 어떤 문제를 누군가와 함께 돌파하는 것이 즐겁다. 실패하더라도, 함께 웃으며 다시 나아가는 것이 낭만이다.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이리저리 적어보았다. 책에 대한 내용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 이곳에 적어봐야 크게 의미도 없고, 이런 내용들은 직접 읽어봐야 그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은 복잡하고, 현대 사회는 항상 누군가와 엮여야 하며, 인터넷 속 세계가 나를 이리저리 밀쳐내고, 흔든다. 그럼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를 가능케하는 것은 자신만의 한가지 굳건한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이 중요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고,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 책을 통해서 누군가가 굳건한 철학 하나를 뿌리박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위대한 여정에 건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