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의 기적
남편의 육아휴직이 끝났다. 기분이 묘했다.
집안 곳곳을 정리하며 내 마음도 함께 정돈해본다.
내일부터는 이전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변화된 삶이 시작될 것이다.
마치 아이를 낳기 전과 후의 삶이 달랐듯,
남편의 육아휴직 전과 후의 삶도 또 다를 테니까.
몇 번의 변화를 겪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작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나에게 지난 3년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결혼 전과 후, 임신 전과 후, 출산 전과 후, 그리고 남편의 육아휴직 전과 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진짜 별 것 아닌 일들이 그때 당시에는 왜 그리 심각하고 진지했는지.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
작년, 내 인생에 아이가 태어났다.
그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큰 감동이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 그리고 무조건 지켜내야겠다는 강한 모성애가 느껴졌다.
신생아였던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신은 야속하게도 그 시기에 엄마의 잠을 가지고 장난을 치듯
정신없이 만들었다.
그래서 너무나도 간절하게 기억하고 싶던 그 순간들이 오히려 흐릿해졌다.
잊고 싶지 않은데 잊혀지는 것들. 너무 야속하다.
우리 아기와 함께한 지난 1년은 빛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나에게는 매일이 똑같은 일상이었지만,
아이에게는 매일이 새로움이었다.
그 하루하루를 웃으며 눈 마주치고, 행복해하며, 사랑했다.
그럼에도 지금 돌아보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립다.
10년 뒤, 20년 뒤
지금 이 순간들이,
지금의 모든 것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것 같다.
이때의 우리 아기 냄새, 촉감, 표정, 몸짓...
아 얼마나 그리워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시간들이다.
내 인생엔 세 번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고2 시절, 대학교 시절, 그리고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들
지금에 와서 너무 그립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 시간은
사실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매일 반복되고, 잠이 부족해 피곤하고,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던 시간들.
(아기와의 시간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힘들다고만 생각했던 그때가,
결국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음을
지금에서야 알게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출산의 고통이 그렇게 큰데도
다시 아기를 낳고 싶어지는 걸 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이제는 과거의 시간을 추억으로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살아내는 것이
미래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가장 좋은 선택이다.
30대가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인생은 지극히 평범하다는 것을.
인생은 매일 반복되는 루틴의 연속이라는 것을.
인생은 매끼 잘 먹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매일 저녁 함께 얼굴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래서 인생은 평범하지만 매일이 특별하고,
하루하루 내게 일어나는 기적이다.
- 2025년 8월 3일 (일) 1:35 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