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는 엄마에게 사과하라고 한다.
고모 : 그래도 엄마가 어른인데 사과해.
엄마 : 콩나물 500원어치 사서 국 끓인 게 뭔 사과할 일이에요? 난 잘못한 거 없으니 사과할 게 없어요.
도롯가에 앉아 있는 할머니를 두고 엄마는 집으로 들어갔다.
고모 : 우리 엄마 밥 안 먹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어?
엄마 : 배고프면 먹겠죠.
할머니는 고모의 손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온다.
어벙벙해진 채.
입 뻥끗하지 못한 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기가 끝났다.
관객도 돌아갔다.
그날 밥은 굶는다.
창피함에 밥 달라는 소리도 역정도 내지 못한다. 밥은 차려져 있다. 거실에.
다만 거실로 나가는 것.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밥을 굶은 것이지.
다른 것을 안 먹었다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는 굶지 않았다.
장롱 속 보물창고. 가득히 간식들이 쌓여 있다.
다음 날도 할머니는 밥을 먹지 않았다?
아니, 게 눈 감추듯 싹싹 먹어치웠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대패한 뒤 한동안 입 다물고, 식사만 했다.
난 이 사건을 콩나물대첩으로 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