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16

화상

by gir

버스가 급정거하며 주희의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가씨요… 괜찮아요?”

주희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중년 여자가 가방을 주워 건네주고 있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주희는 가방을 다시 무릎 위에 올려두고 창가 쪽으로 몸을 돌렸다.
버스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고, 차창 밖으로 낯익은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철문이 반쯤 열린 학교 운동장.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아이들 몇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고 있었다.
하얀 체육복 바지,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선생님의 목소리.

주희는 이유 없이 숨을 한번 고르고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차창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운동장 한쪽에서 북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또각또각 모래를 밟는 발끝의 감촉,
햇살에 스치는 치맛자락,
멀리서 손을 흔들던 누군가의 얼굴.

버스 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다음 정류장은 무악재입니다.”

버스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주희는 창밖을 다시 바라보았다.
운동장은 이미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내렸다.
주희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잡이를 잡았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학교는 나무들 사이로 조용히 가려졌다.

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햇살이 유리창에 부딪혀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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