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날 햇살
밤새 내리던 비가 새벽녘에 그쳤다.
지붕 끝에 맺힌 물방울들이 하나둘 떨어지며
햇살 속에서 반짝였다.
주희는 눈을 뜨자마자 창문으로 달려갔다.
“엄마! 비 멈췄어! 운동회 할 수 있겠다!”
주희의 목소리에 엄마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우리 주희 오늘 주인공이네. 오늘 우리 주희 얼마나 예쁜지 기대할게"
“진짜? 엄마 오는 거야?”
“그럼~ 약속했잖아. 도시락 싸서 바로 갈게.”
주희는 기쁨에 겨워 방 안을 빙글 돌았다.
주희 엄마는 출판사에 미리 이야기를 하고 시간을 만들었다.
창밖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학교는 아침부터 떠들썩했다.
운동장엔 하얀 선이 새로 그어져 있었고,
양쪽 천막엔 반별 이름표가 걸려 있었다.
“1학년 2반 화이팅!”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름 하늘로 퍼졌다.
달리기, 줄넘기, 공 굴리기…
모래 먼지와 웃음이 함께 흩날렸다.
그리고 드디어 꼭두각시춤 차례가 다가왔다.
주희는 천막 뒤에서 시영이와 손을 잡았다.
“나 너무 떨려.”
“괜찮아, 네가 제일 잘하잖아.” 북소리가 울리자,
주희는 햇살 속으로 걸어 나갔다.
치맛자락이 바람에 스쳤고,
발끝이 모래 위에 닿는 감촉이 생생했다.
엄마가 어디선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주희는 눈을 마주치고 살짝 웃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운동장은 또 다른 축제장이 되었다.
돗자리 위에 깔린 꽃무늬 보자기들, 그 위에 펼쳐진 도시락통들.
“여기 자리 남았어요!”
“조심해요, 뜨거워요!”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엄마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주희야, 여기야!” 주희는 뛰어와 엄마 품에 안겼다.
“엄마, 진짜 왔구나!”
“그럼, 우리 약속했잖아.”
엄마가 펼친 도시락에는
김밥, 달걀말이, 오이무침, 멸치볶음, 그리고 수박 조각이 예쁘게 담겨 있었다.
“엄마, 나 이거 제일 좋아!”
“알지.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만들었지.”
주희는 김밥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참기름 냄새와 햇살이 어우러졌다.
주위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솔솔 풍겼다.
어떤 아빠들은 작은 불판을 펴고 삼겹살을 굽고 있었고,
엄마들은 부채질을 하며 깔깔 웃었다.
“시영이 어머니~ 이거 수박 좀 드세요!”
“아유, 감사해요! 김밥 너무 예뻐요.”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천막 아래로 번졌다.
점심을 마치고, 주희는 엄마 무릎에 머리를 기대었다.
바람이 천막 천을 흔들고,
멀리서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녔다.
엄마는 손끝으로 주희의 머리칼을 빗듯 쓸어주었다.
“오늘 진짜 멋졌어, 우리 주희.”
“응, 엄마가 와서 더 잘했어.”
주희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햇살이 살짝 기울며 풀벌레 소리가 바람을 따라 번져왔다.
그날 오후, 운동장은 여전히 시끌시끌했지만,
주희의 세상은 한없이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