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 제3의 장소를 향하여

- 2024년 용인 생활문화붐업데이 행사 참가기

by 줄기

*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 : 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2024년부터 반달서림의 운영체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책방대표님이 베트남으로 이주를 하시게 되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그때, 2020년 5월 18일에 문을 연 이래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4년을 운영한 반달서림을 아끼는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어서, 몇몇 이웃이 요일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책방을 돌봐주는 서점원 역할을 하고 대표님은 온라인으로 업무를 보는 방식으로 책방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서 2024년 1월부터 나는 이른바 ‘둘토자봉 (둘째 주 토요일 자원봉사)’ 서점원이 되어 한 달에 한 번의 주말은 서점원의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서점원 업무라고는 했으나, 특별히 진행하는 책방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은 책을 읽으며 보내기 일쑤였다. 나로서는 책들이 가득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며 아늑한 다락이 있는 반달서림이라는 서재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었지만, 그만큼 손님 발길은 뜸함의 다름 아닌 지라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왜 사람들은 이 좋은 공간을 몰라보는 걸까? 의문의 물음표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 안내문

그러던 어느 날, 반달서림 서점원 단체 카톡방에 책방대표님이 용인문화재단에서 기획한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 : 문화도시역에 가면 생활문화도 있고’ 프로그램에 신청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글을 남겼다. 행사 날짜는 11월 30일 토요일이었는데, 책방 이전도 12월에 예정되어 있어서 행사에 참여한다면 책방 이전 소식과 함께 지역주민에게 홍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다행히 행사 당일 몇몇 서점원들의 시간이 가능해서 참여해 보자고 무모하게 결정했고, 대표님은 용감하게 신청서를 제출했다.

야옹이 서점원이 행사 전날 꼼꼼하게 챙겨놓은 물품을, 행사 당일 이른 아침시간에 아르케컬처 대표님을 만나 행사장으로 옮긴 후 세팅을 시작했다. 주최측에서 마련해 준 반달서림 매장 사진을 뒷 배경으로 매대를 꾸미고 있으려니 반달서림을 옮겨 놓은 것과 진배없다. 세팅이 완성되었다 싶어 사진을 찍어 책방대표님께 보내어 확인을 받고, 변경 사항을 지시받아 다시 위치를 바꾸어 또 사진을 찍어 확인을 받고…… 몇 번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대표님의 ‘합격’ 사인이 떨어졌다.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의 <반달서림> (이전하기 전 매장)과 <고울연, 차> 매장 사진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의 매대 모습

바로 옆 매대에서 노련하게 작업 중인 ‘고울연, 차’ 대표님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는데, 고울연, 차 매장은 이전한 지금 반달서림과는 한 건물에 있는 말 그대로 이웃사촌! 서로의 손님이 되어 주기도 하고, 부재 시 택배를 맡아 주는 등 소소한 챙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반달서림 덕분에 지역 사회에 속하여 지역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 같다. 단골 책방이 생기고, 단골 찻집이 생긴다는 것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듯 힘들고 막막한 마음이 들 때 배가 닻을 내리고 쉬어갈 곳,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할 곳이 생긴다는 뜻. 그래서 맘 편히 찾을 수 있는 ‘단골’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이 동네에 많아지면 좋겠다.

이제 손님들도 하나둘씩 많아지고, 나는 대표님과 미리 이야기했던 강연을 듣기 위해 장소를 이동했다. 먼저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서우석 교수님의 “로컬공간들이 지역을 바꾸는 법”이라는 이론 강연이 있은 후, 실제 운영 사례로 멀리 울산의 생활문화 공간 “비모어” 이보미 대표님의 강연이 이어졌다. 발표 자료로 만난 비모어는 창고형 공장을 개조한 장소로 7m의 높은 층고가 공간의 입체감을 더해 주는 듯 보였다. 강연 내용 중에서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워라밸이 강조되는 요즘 한국 사회에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다양성을 부여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문화예술과 접목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를 유지하기 위한 재정 전략도 당차기 그지없었다. 또 수익 모델을 개발하고, 공공 지원금을 활용하는 한편, 크라우드 펀딩이나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재정을 튼튼히 하려고 한다는 당당한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이제 점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듣는 것은 오히려 즐거움이다. 젊은 피 수혈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닌가 보다. 새로운 것을 배웠으니 현재 상황에 적용하고 변화를 살펴봐야겠다.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의 <비모어> 이보미 대표 강연

뒤이어 용인 지역의 생활문화 공간인 “인더볼”, “마녀의뜰”, “빈칸놀이터” 대표님들이 각자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해 주었는데, 인더볼을 제외한 두 곳은 나도 이용해 본 적이 있는 곳이라 친근했다. 모쪼록 대표님의 이야기처럼 수익이 창출되어 지속가능한 문화공간으로서 오래오래 함께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강연을 듣고 다시 매대에 오니 서점원 보비울프와 아침님이 고객 응대로 바쁘다. 고사리 손으로 시를 필사하는 어린이들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뿌듯한 눈빛. 부모님들도 함께 필사하시면, 자신들과 동일한 행위를 같이 한다는 일체감으로 부모님에 대한 아이들의 애정은 한층 깊어질 것이고, 필사하는 동안 그동안 다소 어렵다고 생각했던 시의 함축미가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낌으로써 시세계라는 신세계로 한발 들여놓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오전조의 업무를 마치고 오후조의 서점원들과 인사한 후 행사장을 나섰다.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의 <마녀의뜰>, <인더볼>, <빈칸놀이터> 강연 모습

이 날의 행사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서로 얼굴을 몰랐던 요일별 서점원이 대면하여 인사하고 함께 행사를 치렀다는, 그리고 반달서림을 함께 꾸려나간다는 끈끈한 동지애를 실감한 즐거운 하루였다.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의 매대에서 반달서림 서점원들


*참고자료

1. YICF 문화소식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 문화도시역에 가면 (생활문화)도 있고!) (https://blog.naver.com/yicf2012/223668344476)

2. 반달서림의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 현장 모습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677828888)

3. 반달서림의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 참여후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678727456)

4. 고울연,차의 용인문화재단 2024 생활문화 붐업데이 참여후기 (https://blog.naver.com/yeonfuse_tea/223682862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