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하기 전 반달서림 마지막 근무 기록
*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2020년 5월 18일 집 앞 상가 2층에 신기루처럼 나타난 반달서림은 암흑 같은 시기에 등대 한 채였다. 그 시기는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탓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반달서림은 문화의 빛을 보내는 등대로서 음악회나 북토크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메말라가는 문화 정서에 촉촉이 내리는 단비가 되어 주었고, 지인들과 만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 장소가 되어 주었다. 또, 대표님 가족이 베트남으로 이사하면서 반달서림을 운영하는 서점원이 필요하게 되자, 반달서림 서포터스로서 월간 서점원으로 매달 둘째 주 토요일 반달서림을 돌보는 행복한 경험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던 중 2024년 가을 어느 날, 대표님이 반달서림을 과감하게 이전하기로 했다고 알려주었다. 이전 장소는 그리 멀지 않은 호수공원을 둘러싼 상가의 비어 있는 공간으로, 장애인 접근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좀 더 많은 점이 결심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모쪼록 이사를 하면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이사 날짜는 2024년 12월 25일로 정해졌고, 책방 이전 전 공간에서 나는 12월 14일 토요일에 마지막 근무를 하였다.
이동하는 시공간. 항상 흘러가는 시간의 이동은 익숙한 듯 아쉽지만,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르는 공간의 이동은 허전한 듯 설레어, 마지막 근무를 하면서 사라질 공간의 공허함을 미리 느끼며 구석구석 살펴보고 추억을 되뇌었다. 북토크와 음악회와 관련한 추억들은 브런치 글로 많이 올려놓았으니, 이층 다락방이 예뻤던 반달서림이라는 공간에 오롯이 담긴 이야기를 짧게 해볼까 한다.
그중 한 가지는 모임 공간으로 활용한 추억. 2009년부터 동네에서 월 2회 저녁 시간 꾸준히 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다. 나는 2019년부터 그 모임에 들어가 활동을 하였는데 상반기 말에는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모임을 하고, 하반기에는 한 해 독서활동을 결산하며 소소하게 시상식도 하는 연말모임을 하는 이 독서모임의 연말모임을 2022년과 2023년에 반달서림에서 진행하였던 것이다. 드레스 코드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맞춘 옷을 입은 열명이 조금 넘는 친근한 회원들이, 층고가 높고 책들로 아늑한 반달서림 공간에서 음식이 어우러진 연말모임을 하고 있으면 마치 숲 속 오두막에서 파티를 하고 있는 듯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반달서림이라는 공간이 독서모임의 연말행사를 환영하고 있고, 좋아하고 있다는 인사를 건네고 있다는 기분이 들면서, 환대를 해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느낌은 비단 나 혼자만 받는 것은 아니어서 2022년 처음 연말모임을 한 후 2023년에도 독서모임 회원들은 반달서림에서의 연말모임을 당연하게 여겼다. 다만 2024년에는 반달서림이 이사를 앞두고 있고, 독서모임 회원들도 늘어 공간이 협소한 감이 있어 동네의 또 다른 문화공간 ‘마녀의 뜰’을 이용하였지만, 2025년 연말모임은 새로운 반달서림 공간에서 갖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근무를 하며 따뜻한 2층 다락에 올라가 새로운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시낭독회를 위한 현수막과 ‘반달화목가정식’이라는 제목의 에세이 모임을 위한 현수막을 설치한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2층에서 현수막을 설치하고 1층으로 내려가 현수막 간 간격과 높이를 점검하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가 조정했던 기억. 다락에서 드리워진 멋스러운 현수막은 반달서림에서 열렸던 그 많은 행사의 품격을 한층 더해 주었기에 2층과 1층을 오르락내리락했던 수고는 수고로움이 아닌 뿌듯함이었다.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편안했던 반달서림의 그 공간을 다양한 시선의 사진으로 남기고, 아쉬운 퇴근을 하였다.
*참고자료
1. 반달서림 이전 소식 안내문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3629051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