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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인생지사 새옹지마 (人生之事 塞翁之馬)

- 강의모 작가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

by 줄기

*강의모 작가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 2021년 3월 29일 (토요일)


‘강의모의 독서일기’와 같은 평범한 부제목이었다면, 흘려 지나쳤을 수 있다. 하지만, ‘강의모의 / 책 읽기 / 책 일기’이라는 부제목이 운율을 맞추고 줄까지 바꾸어 우측 상단에 작은 글씨로 있다가, 트램펄린 위의 아이처럼 통통 튀어 내려와 내 마음에 쏙 들어온 책은 지나칠 수 없다.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의 124페이지에 적힌 아래 인용 문구처럼 느낌이 남다른 책이었다.

예술에서는 느끼는 게 중요하고,
예술은
느낌으로 말하고,
느낌을 통해 말하며,
느낌에 관해 말합니다.

조경진, 『느낌이 미술관』중에서

사실 강의모 작가의 북토크는 2020년 11월 28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토크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코로나 환자수도 점점 늘어나는 불안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었고, 결국 북토크를 약 2주 남긴 어느 날 잠정 연기한다는 소식과 참가비 환불 안내를 받았다. 일단 북토크를 미루었지만 절대 취소한 것이 아니라며, 꼭 강의모 작가를 모시고 북토크를 하겠다는 반달서림 대표님의 의지가 강력하여, 그때 가서 다시 신청하고 참가비를 입금하느니 신청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의모 작가 북토크 연기 공지

그처럼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았던 2020년 12월 어느 날 반달서림에 들렀는데, 대표님이 행복 가득한 목소리로 “며칠 전 강의모 작가님께서 저희 서점을 깜짝 방문하셨어요!”라고 말했다. “강의모 작가님께서 북토크가 연기된 것도 아쉽고, 또 제가 책 리뷰를 써 준 것도 고마워서 반달서림에 꼭 한 번 와보고 싶으셨다네요.” 라며 반짝이는 눈빛에 서점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나중에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찾은 책인, 82명의 영미작가들이 각자 자신이 사랑하는 서점에 대해 쓴 글을 엮은 『나의 아름다운 책방』을 읽을 때,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와 미국 독립서점 사이에 맺어진 여러 종류의 관계를 보며, 반달서림을 찾은 강의모 작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의 아름다운 책방』속에 흑백 스케치로 그려진 각양각색의 서점 모습, 아동문학 작가 진 벗설이 말하는 독서를 핑계 삼아 작업실을 벗어나 갈 수 있는 책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여 있는 장소로 독립서점은 더할 나위 없어 보였다. 우리나라 작가들도 각자 애정하는 서점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나라 버전의 『나의 아름다운 책방』도 기대가 된다. 비단 책이 아니더라도 작가와 독립서점을 연계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니 반달서림은 문을 연 이래 꾸준히 기발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고, 특히 2023년 12월 운영 형태에 변화가 생기면서 시인과 함께하는 시창작 수업이나, 작가와 함께 하는 북클럽 등 작가와 시인이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다소 미심쩍은 마음으로 참여했으나, 재미와 의미를 느끼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꾸준히 참석하는 다수의 회원이 있으므로, 나름대로 검증된 프로그램이건만 항상 모객이 문제인 듯하다.

그 와중에 서울국제도서전 방문자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하고, 특히 2024년 올해는 평일에도 인파가 몰렸다는 기사를 접해, 위의 현실과 정반대 상황에 어리둥절하였다. 손님이 많지 않아 걱정을 하는 독립서점 현실과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통계결과와도 사맛디 아니한 기사라 여겼다.

하지만, 독립출판사와 독립서점에게 보여주는 일종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가능성에 기대어, 서울국제도서전에 방문했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각 지역의 독립서점으로 향하도록 만들 묘안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독립서점 각자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지역 도서관 게시판을 통해 홍보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검증한 훌륭한 프로그램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본다.


예정된 일정을 네 달이나 넘겨 2021년 3월에 마침내 북토크가 열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린 북토크는 10인 이하 참석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 방역 수칙을 충실히 지키며, 차분하고 편안하게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연결과 소통을 위한 책 읽기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신 강의모 작가다움으로 ......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린, 강의모 작가의『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북토크

2006년부터 SBS FM ‘책하고 놀자’ 방송프로그램 작가로 일하신 강의모 작가는 ‘책 읽는 귀여운 할머니 되기!’를 남은 꿈에 추가하였는데, 직접 뵈니 그 꿈에 맞게 ‘읽으며 익어가’고 있는 사람의 향기가 났다. 이미 손주를 본 할머니라 하시니 책은 지금처럼 읽고, 귀여움을 약간 추가하신다면 무난히 그 꿈 이루실 것 같다는?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 책 제목은 강의모 작가가 먼저 쓴 책 『땡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의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쓴 것이라고 밝혔다. 『땡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스스로 삶의 해답을 찾아낸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 전화점을 주제로 강의모 작가가 인터뷰하고 쓴 스물 세편의 인터뷰집으로, 이 책 역시 진작에 읽어보았는데, 인터뷰 주인공들의 인생전환점이 흥미로웠다.

그중 한 사람의 반가운 인터뷰이, 김탁환 작가가 눈에 들어왔다. 김탁환 작가는 18세기 있었던 천주교 박해를 주제로 2023년 9월 장편 소설 『사랑과 혁명』을 완성하였고, 이 책으로 2024년 4월 반달서림에서 북토크를 하였기에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였는데, 지금껏 살아오면서 있었던 몇몇 크고 작은 방향 조정 가운데 가장 큰 터닝포인트는 아마도, 16년 전 거래처 직원에게 걸었던 전화였던 것 같다. 그 전화가 단초가 되어 해당 거래처 직원과 만남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이직을 하며 보금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독서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것과, 반달서림의 단골손님이 된 것도 어쩌면 완만한 각도로 천천히 돌고 있는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의모 작가의 경우는 마흔의 나이에 방송작가가 된 것이 하나의 터닝포인트 시작이었고, 이후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 속에서 많은 걸 배워 가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을 후반부의 터닝포인트로 꼽는다고 밝혔다. 그 시대에 사십의 나이로 새로운 분야에 몸을 담그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자신을 믿어준 친구의 조언에 용기를 내 방송작가의 길에 들어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주위로부터 ‘자수성가형 작가’로 인정받았을 때 얼마나 큰 보람을 느꼈을지…… 인생의 굵은 마디였을 거라는데 백분 수긍이 된다.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에서 ‘살아있는 한’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소중한가? '현재 상황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보다 나은 결말을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조금 더 기울여보자꾸나.'라는 말을 나 자신에게 하곤 한다. 또 인생지사 새옹지마 (人生之事 塞翁之馬). 노력했지만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 결과가 또 어떤 결말을 가져올 지는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막막하게만은 느껴지지 않는 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믿음, 그리고 강의모 작가처럼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 마지막으로 책과 사람이 모이는 서점에 대한 믿음. 그러한 믿음으로 깨달음을 얻고, 깨달음의 벽돌 하나하나 바닥에 놓아 다져가며 길을 만들어 갈 것이다.


*참고자료

1. 『 살아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 강의모, 목수책방, 2019

2. 『 느낌의 미술관』 조경진, 사월의책, 2019

3. 반달서림, 강의모 작가 북토크 최초 공지글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154503364?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4. 반달서림, 강의모 작가 북토크 잠정 연기 공지글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145700721?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5. 강의모 작가님 반달서림 깜짝 방문기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161116268?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6. 반달서림, 강의모 작가 북토크 공지글 https://blog.naver.com/bandalseorim/222258659788?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7. 『나의 아름다운 책방』 로날드 라이스 / 박상은, 이현수, 현암사, 2014

8.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강의모, 더시드컴퍼니, 2016

9. 『사랑과 혁명 1, 2, 3권』 김탁환, 해냄, 2023

10. 채널예스, 예스인터뷰, ‘강의모 “무조건 납작 엎드려서 읽습니다.” https://ch.yes24.com/Article/View/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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