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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짱구 May 10. 2016

우리집 예쁜 자

몸으로 길이재기

어제 밤 잠들기 전에 읽은 수학동화
"우리집 예쁜 자"


주인공인 아이가 집에 있는 가구를 손,발,걸음으로
재어보는 책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 마자 다시 책을 꺼내
"엄마,오늘은 우리집 지도를 그려볼래요!"

말하고 골똘히 생각을 합니다.

"한뼘,두뼘..다섯뼘!"

작은 손이 자가 되어 조심조심 책상의 뼘을 재고

꼼꼼하게 높이도 재고

통통한 발로 중문의 길이를 재봅니다.

"한발,두발.."

멋진 우리집 거실 평면도가 완성되었습니다!

내친김에 동생까지 눕혀서 몸지도를 그려줍니다..;

하하..
이쁘고 기특합니다.

몇년전 초등학교 수학강사로 잠깐 일한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2학년 수학의 '측정'을가르치며

"지우개 길이는 손마디로, 책상은 손뼘으로,

칠판은 팔을 뻗어, 방 길이는 두 발로.."

달달달 외우게 한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별것 아닌것을 글로만 쓰인것을 보고 생각해내기가 쉽지 않아 아이들은 어려워했지요.


그리고 아이들마다 키와 손가락길이도 달라

어떤아이는 책상길이가 네뼘.

어떤 아이는 일곱뼘을 훌쩍 넘기도 하구요.


하지만 문제집의 정답은

"3.책상의 길이는 손으로 다섯뼘잰다."


흐음..울집 막내는 팔이 짧아 손길이가 아닌

팔길이도 재어야 측정이 가능한데 말이지요..^^;


사람마다 손길이도 키도 다른데..

답은 정해져있던 수업내용..

보편적인 상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관념아래에서

아이들이 생각은 저깊이 눌러버리고

정답을 외우게만 했던것같아요.


그래야 성과가 좋으니까..

어려운길 돌아가지 않으니까...


애초에 답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생각의 눈은 감아버리고

이미 잘 닦여진 길만 따라가게 되지요.

바르게 가는 것보다 빠르게 가는 것에만

집중을 하게 됩니다.

그 길에 생각이 살아있을까요..

그 길에 배움의 기쁨이 싹을 틔울수는 있을까요..?


내가 걸어가는 곳이 길이 되는 삶,공부..

배우는 모든것이 내 안에서

생기있게 움직이며 함께 숨쉬는 것..


우리 아이들이 될수있는 한 많은 실수를 하며

많은 생각을 하며 배우면 좋겠습니다.

지름길이 아닌 돌고 돌아가는 길이어도

그 길에 주인으로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세상을 온몸으로 배우며 감동하며

탐구하기 시작한 모든 아이들을 축복하며..


그 뒤를 잠잠히 버티며 지지해주는

멋진 어른이자 엄마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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