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구름
계절의 변곡점 사이에는 반드시 비가 온다.
사계의 경계를 비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오래전부터 태양의 궤적을 중심으로 절기를 구분했는데, 바로 우리가 잘 아는 24절기이다. 춘하추동이 그것인데, 지구의 공전을 중심으로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절기를 나누었다.
지구는 태양을 365일에 1번 공전하는데, 공전하는 360도를 365일로 나누면 정확한 태양의 위치의 변화를 구하는 원리이다. 다만, 24절기를 360도를 기준으로 나누어 15일에 해당하는 일마다 절기를 나누었다고 보면 된다. (24절기 x 15도 =360) 이를 적용해보면,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의 위치는 하루에 약 0.986도씩 변하는데, 정확히 일치하는 0도의 시점이 황경이라는 춘분의 시점이다.
어찌됐건, 위의 절기도 정확한 과학의 원리인 지구의 공전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산정했고, 농경사회에서의 중요한 자연의 섭리, 자연의 이치를 굉장히 중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해와 비, 온도, 습도, 바람과 관련된 기후가 매우 중요했다. 지금도 기후위기가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대한 기로에 있기도 하다.
비가 온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어떤 징조나 준비가 있었다는 것이다. 비의 전제조건인 구름이 모여야 하고, 그 작은 구름입자가 비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맞아야 한다. 대게 많은 경우 비에만 집중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지만, 언제부턴가 난 비가 오기 전의 과정, 작은 구름의 존재, 그 움직임, 변화 활동, 그 역할에 이목이 간다. 그리고 그 작은 구름을 보는 안목과 혜안을 가질 수 있길 늘 구해 본다.
이스라엘의 위대한 선지자라 불리는 엘리야가 있었다. 농경사회에서는 가뭄과 기근은 곧 재앙과 저주로 인식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생존과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는 비를 부르는 의식이 당연하게도 성행했을거고, 각기 자기의 신에게 각종의 예식과 의례가 있었다.
당시 오랜 가뭄이 지속되었고, 비가 절실했다. 엘리야는 야훼의 하나님께 기도했고, 비가 아닌 빗소리를 응답받았다. 그리고 작은 구름을 보고 확신하게 되었다는 유명한 이야기이다.
“A cloud as small as a man’s hand is rising from the sea.” 1 Kings 18:44 NIV
엘리야는 손바닥만한 작은 구름을 보고 비를 확신했다.
어제는 꽤 많은 양의 봄비가 왔다. 3월에 왔기에 겨울비라고 하기보다는 봄비가 맞고, 절기를 기준으로 봐도 입춘이 지나 경칩의 사이에 왔기에 분명 봄비가 맞을 것 같다.
많은 양의 비를 보면서 생각도 많아졌다.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비는 반드시 온다. 그리고 봄도 그렇다.
대한민국에 그리고 나에게...꽃 피는 봄이 오길, 소망해 본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도 꽃길이 가득 펼쳐지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