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스포인 어린 왕의 슬픈 이야기'

#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읽고서

by 서쌤

개봉일 아침 1회를 전날 예매했다.

상영 10분 전 오전 10시경에 상영관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가족 관객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영화감독이지만 오히려 김은희 작가의 남편으로 유명하고 거기에 대해서 항상 유쾌하게 받아들이던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는 어떨까 하는 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전작들인 '라이터를 켜라' 나 '리바운드'를 본 적이 있는데 죄송하지만 그냥 평범한 영화였던 것 같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역사이야기를 '이미 스포가 다 되어버린 이야기를 감독은 어떻게 풀어갈까'하는 궁금함이 영화를 관람하게 했다.


1. 스토리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단종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시점에 대해서만 설명해 본다.

영화의 시작은 계유정난으로 실권을 잡은 수양대군으로 인해 왕위를 양위하고 상왕으로 있던 이홍위(노산군으로 불리던 이홍위는 사후 224년 후 숙종 때 단종으로 복권이 된다.) 강원도 영월 산골 마을인 광천골 촌장인 엄홍도는 먹고살기 힘든 마을을 살리기 위해 청령포를 유배지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잠깐 있다가 다시 한양으로 복권될 고위관리가 아닌 왕위에서 쫓겨난 이홍위를 원치 않게 맞이 하게 된다. 처음에는 식음을 전폐를 하던 이홍위도 엄흥도와 마을 사람들의 진심에 마음을 열게 된다. 마음을 연 이홍위는 마을 사람들과 교류를 하며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세상은 이홍위의 편안함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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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토리를 이끌어간 캐리터들

엄흥도(유해진 분) 광천골 촌장이면서 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다. 엄흥도는 역사 속에 실존한 인물(숙종실록: 영월군의 호장(戶長)으로 이홍위의 시신을 수습하여 매장지를 찾던 중, 눈보라가 치던 곳에서 사슴이 앉았다가 사라진 곳을 보고 그곳에 가매장하였다. 단종을 매장한 뒤 엄흥도는 가솔들을 이끌고 영월을 떠났다.)이다. 인터뷰에서 왕 역할도 해본 적이 있는데 어떤 역할이 더 편하냐는 질문에 웃으면서 현재의 역할이 더 편하다고 말한다. 유해진의 연기력은 다시 말할 필요 없는 대배우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인 시골촌장의 역할을 유머스럽게 그러면서 때로는 가볍지 않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아마 유해진이 최고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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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위(박지훈분) 워너원 아이돌 출신으로 배우인 박지훈의 연기력은 이미 약한 영웅에서 충분히 증명이 되었지만 사극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궁금했다. 초반에는 약한 영웅에 보여준 것처럼 어둡고 말이 없는 다소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격정과 폭발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첫 도전하는 사극 연기임에도 비교적 훌륭하게 캐릭터를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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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유지태 분)는 일명 칠 개월 만에 태어난 칠삭둥이로서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다소 작은 체구의 간교한 모습의 캐릭터로 묘사가 되었는데 '왕과 사는 남자'에서는 그동안 보여준 한명회의 이미지를 뒤집어 버렸다. 유지태 배우가 원래 체격이 좋고 더 벌크업을 한 건지 마치 장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그에 맞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이면서도 또한 영민하고 간교한 두뇌회전을 보여주어 그동안 봐왔던 한명회의 뛰어넘는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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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전미도 분) 이홍위가 발걸음을 할 때부터 함께해 온 유모역할을 해온 상궁으로 귀향기간도 함께하며 이홍위 사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영황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바로 매화의 역할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슬의생으로 흥행을 이끌었던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전미도 배우의 매력이 별로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묵묵히 이홍위를 보좌하는 역할이어서 그럴 수 있지만 그래도 전미도 배우의 연기력과 매력을 좀 더 볼 수 있는 역할이 부여되었으면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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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래서 영화는..

역사한 기반한 영화라서 내용은 이미 어느 정도 공개가 되어있고 생의 마지막인 유배기간을 이홍위는 어떻게 살았을까 또 그 주변 인물들과 어떤 관계를 이루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작가적 상상력에 기반하여 스토리로 풀어낸다. 어린 나이에 얼떨결에 왕위에 오르고 또 백부에 의해 강제로 왕위에서 내려진 이홍위에 대하여 역사 속에서는 가엾은 어린왕으로만 묘사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활로 호랑이를 맞추어 위기에 처한 촌락 민들을 구하고 촌의 영민한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며 금성대군과 같이 다시 반정을 꿈꾸는 강한 이홍위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영화 초반 광천골의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면서 이홍위와 작은 에피소드들이 조금씩 잊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스토리가 없었고 반정의 과정의 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치 스토리 미리 보기처럼 흘러간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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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분에서 연출의 아쉬움이 있었지만 슬픔과 억울함이 기본으로 깔리는 역사적 이야기를 비교적 보기 편하게 영상화한 것 같다. 그리고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의 회상이나 아니면 멀리 자연을 화면에 보여주면서 끝내는 보편적인 사극에서 벗어나 실록에 기록된 역사적 이야기를 몇 줄 제시하면서 영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색다르면서 영화를 가볍지 않게 하는 것 같아 좋았다. 명절기간에 온 가족이 같이 볼만한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