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휴민트'는 '베를린'과 어떻게 다를까?

# '베를린'이후 13년 만에

by 서쌤

휴민트 개봉일에 맞춰 전날 미리 아침 10시 표를 예매했다.

1회 이어서 그런지 늘 그렇듯 극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콜라 한잔 사들고 편안히 영화에 집중했다.


휴민트(HUMINT): 영어 Human(인간) + Intelligence(첩보) > 인적 정보를 활용한 첩보 수집 활동

영화 시작 시 친절하게(?) 위의 내용에 대한 설명 자막이 나온다.


1. 스토리

무대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이다. 조 과장(조인성 분)이 몸담은 국정원은 강남까지 대거 유입된 마약의 배후에 북한이 자리 잡고 있음을 입증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조 과장은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식당에서 영민한 종업원 채선화(신세경 분)를 발견해 휴민트로 삼는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병원비와 치료제를 구해주는 대가다. 한편 북한 보위성 조장인 박건(박정민 분)도 자국 내 실종자들의 묘연한 행방에 의문을 품고 블라디보스토크에 당도했다. 박건은 러시아 마피아들에게 마약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북한 밀매책을 잡아내지만 곧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분)의 훼방과 감시에 시달린다. 그간 국경에서의 비리를 주도해 온 황치성은 박건을 처리하기 위해 그의 오랜 연인이었던 채선화를 마피아들에게 넘기려 한다. 채선화를 구하려는 조 과장과 박 건 그리고 이를 막으려는 황치성과 부하들이 모두 마피아들의 본거지에 모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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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3년 전 '베를린'과는?

영화 속에서 '황치성'이 '박건'에게 영화 '베를린'에서 고스트로 불렸던 표종성에 대하여 들려준다. 베를린을 뒤흔들었던 가는 곳마다 족족 뚫어 버렸던 그 강한 표종성도 여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끝이 났다고...

실제로 휴민트에서 베를린과 직접적 연관성이 되는 부분은 위의 황치성의 대사뿐이다. 다만 유럽(베를란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남북간 스파이 대결이라는 배경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액션의 종류와 수준이 과거 베를린 때보다는 훨씬 더 다양하고 세련된 졌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총격씬과 다양한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기물(영화를 보시면 이해하실 듯)을 이용한 총격씬, 거의 종반에 나오는 황치성 박건 박 과장의 3자 총격씬도 새롭고 멋있었던 같다. 다만 다소 투박하기는 했지만 쫓기는 자와 쫓는 자와의 액션씬이 주류였던 베를린의 액션씬이 허리우드처럼 화려한 액션씬이 있는 휴민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베를린'에서 정진수(한석규 분)가 왜 표종성(하정우 분)을 돕느냐는 질문에 그냥 "일이라서"라는 다소 무미 건조하지만 직업의식에서 나오는 행동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타당한 동기가 '휴민트'에서 박 과장(조인성 분)이 가지는 정의감과 인류애, 죄책감보다는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 측면에서 '휴민트'는 '베를린'과 큰 차이점을 보여준다. '베를린'에서 연정희(전지현 분)가 수동적이고 구원을 받아야 할 가녀린 여성성을 대표하는 모습을 나타난다면 '휴민트'에서 채선화(신세경 분)는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다만 젠더적 측면에서 흰색의 원피스를 입은 채 방탄이 되는 유리관 안에 갇힌 여성 피해자들의 모습과 이들을 활용한 총격씬 등은 인신매매 피해자인 여성들을 도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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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느낌을 만들기 위해 라트비아를 배경으로 하였고 보다 멋있고 실제감 나는 총격신을 연출하기 위한 다양한 연출 방법 등이 확실히 예전의 베를린보다 훨씬 훌륭했던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채선화(신세경 분)가 고문실에 잡여혼 장면에서 해당 장소에 있는 인물들의 표정이 한 명씩 오버랩되면서 긴장감을 높이는 장면은 좋았던 것 같다.

다만 '휴민트'에서는 이른바 '신파'라는 요소가 좀 많이 깔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베를린'에서의 막강한 무미건조함 속에 아내를 구하려고 하는 애틋함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치 속편이 있을 같은 떡밥을 더지는 듯한 엔딩을 한 '베를린' 보다는 주체적인 선택을 한 채선화의 모습과 일반적인 샐러리맨처럼 어딘가에서 또 작전을 기다리는 약간의 무덤덤한 허무함이 느껴지는 박 과장의 모습을 엔딩으로 하는 것은 차별적 요소였던 것 같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