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트리거> 속 CCTV 노동감시 문제

(주의: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by 주형민

최근에 <트리거>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신선한 소재는 아니었다. 이 드라마에서 '트리거'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이름인데, 사회의 각종 부조리한 사건을 취재하여 방송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데 일조한다는 줄거리다. 김혜수 배우가 트리거 팀의 팀장이자 PD로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무수히 다루었다. 하지만 김혜수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과 연출력이 돋보였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힘이 느껴졌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노동과 관련된 내용을 꺼내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를 좋아한다. 몇 편 써 놓은 글도 있는데, 언젠가는 함께 엮어서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 있다. 물론, 전문적인 평론가처럼 유려한 문장으로 글을 쓰는 능력은 부족하겠지만,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나는 CCTV 노동감시 문제를 이야기하려 한다. 혹시, 이 드라마를 아직 안 보았거나, 보는 중인 분이 있다면, 얼른 다 보고 나서 오시라.


트리거는 시사고발 프로그램답게,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사이비 종교, 촉법소년, 여성 스토킹, 살인 사건 등인데, 드라마의 특성상 소재가 무척 자극적이다. 그런데 CCTV 노동감시 문제는, 트리거 팀에서 취재한 사건이 아니다. 바로 트리거 팀의 직원들이 겪은 일이다.


트리거 팀이 소속된 방송국 사장은, 직원들을 감시하기 위해 사무실에 CCTV를 설치했다. 김혜수는 사장에게 불법 사찰이라고 항의하며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했으나,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직원들은 CCTV 감시를 피하기 위해, 중요한 자료를 몸으로 가리고 필담을 나누는 등의 행동을 한다. 설치된 CCTV에는 녹음 기능도 있는지(이는 불법이다!), 직원들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눈다. 다소 과장된 면은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21세기에 CCTV 감시가 말이 되냐고, 여유 있게 웃어 넘기기는 어려웠다. 노동 상담을 하면서, CCTV 노동 감시에 관한 내용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다.


노동 상담을 통해 들었던 실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매장에서 판매원으로 근무했던 근로자 A는, 점장으로부터 종종 호출을 받았다. 점장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거나, 손님이 없을 때 휴대폰만 본다는 등 근무 태도에 관하여 자주 불만을 표시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A는, 요양원장한테 꾸중을 들었다. 입소자를 침상에서 휠체어로 모실 때, 좀 더 살살 부축하라는 것이었다. 요양원장은 CCTV를 통해 요양보호사가 근무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불러서 지적한다. 견디다 못한 요양보호사 A가 이의를 제기하자, 요양원장은 입소자의 안전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훈계하였다.


방문요양보호사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수급자의 보호자 A는, 집에 '홈캠'을 설치하여 방문요양보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한다. 보호자 A는 학대 예방을 위해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업종과 직종을 불문하고 노동감시의 사례는 매우 많고 다양하다. 이러한 노동감시에 대하여 근로자가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일단, 근로자의 동의 없이 CCTV 영상을 목적 외로 이용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 개인정보를 침해당한 근로자는 경찰서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노동 감시'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이는 근로자의 노동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당연히 노동부에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노동 감시' 문제는 노동부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 노동법에서 '노동 감시'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CCTV 노동 감시를 당한 근로자가 노동청에 신고하려면, 노동 감시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해야 한다. 참 웃기지 않은가. 노동 감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얼마나 느슨한지를 알 수 있다. 노동 감시가 심각한 사회적 범죄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법과 제도에 반영될 수 있다. 마치, 과거에는 아동 학대를 단순한 가족 문제로 치부했지만, 지금은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은 것처럼, 노동 감시 문제도 사회적 범죄로 다루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트리거>에서 CCTV로 노동 감시를 당하는 직원들은 이를 묵묵히 견뎌낸다. 온갖 사회적인 부조리를 세상에 전하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직원들이, 정작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는,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결국, 김혜수와 고위급 임원(내부 제보자)이 공조하여, 노동 감시를 포함한 불법 사찰 등으로 사장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다.


<트리거>는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속편이 제작된다면, CCTV 노동 감시 문제를 취재 사건으로 다루었으면 좋겠다. 속편이 방영되는 시점에는, 노동 감시 자체를 노동법으로 금지하는 제도가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직원들이 불법적인 노동 감시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당당하게 노동청에 신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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