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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청에서 체불임금 지연이자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

by 주형민

10년 넘게 노동 상담을 하면서, 근로자가 원하는 내용과 법 사이의 간극을 많이 알게 되었다. 체불임금 지연이자도 그 중 하나다. 대다수 근로자는 소송을 제기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법원의 문턱은 근로자에게 높아 보인다. 그래서 노동청에 임금체불을 신고하여, 체불임금을 빠르게 지급받고 싶어한다.


하지만, 노동청에 신고하여 진행되는 절차는 형사 절차다. 임금체불이라는 죄를 범한 사용자를 처벌하는 절차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청의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사용자에게 벌금이 부과될 뿐이고, 체불임금을 지급받으려면 사용자를 상대로 민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민사 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압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뜻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근로자는 노동청에 신고하여 체불임금과 지연이자 모두를 빠르게 회수하기를 원한다. 법과 제도가 그렇게 설계되어야 맞다.


임금체불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는데, 근로자가 체불임금과 지연이자를 빠르게 회수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간이대지급금 제도를 활용하여 최대 1,000만원까지를 회수할 수 있지만, 간이대지급금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체불임금이 많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난 번에 이어 지연이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한다. 그동안 임금체불 상담을 하면서, 체불임금에 대한 지연이자도 당연히 노동청에서 다룰 것으로 기대하는 근로자가 많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연이자 미지급에 대한 벌칙이나 과태료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없기 때문이다.


퇴직 후 15일이 지난 때부터 적용되던 20% 지연이자를, 재직 기간에도 적용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2025년 10월 23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노동청에서는 여전히 체불임금 자체만 다룰 뿐이므로, 지연이자를 받으려면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체불임금 중에서 지연이자만 따로 분리해서 민사 소송을 제기할 근로자가 있을까?


물론, 20% 지연이자의 적용 범위가 재직 기간까지 확대된 것은 바람직하고, 체불임금액이 클 경우에는 곧바로 임금소송을 제기하여 20%로 상승한 지연이자까지 확보하는 혜택을 받는 근로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근로자가, 소송보다 노동청 신고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지연이자를 노동청 단계에서 확보할 수 없다면, 그냥 포기하는 근로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이유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지연이자 미지급에 대한 벌칙이나 과태료 조항을 신설하여, 체불임금에 대한 지연이자도 노동청에서 다루도록 해야 한다. 노동청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늘어나므로 난색을 표하겠지만, 그렇게 해야 지연이자의 범위를 확대한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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