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노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여의도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분노했다. 그러나 어떻게 우리는 웃고 뛰며 즐길 수 있었는가?
8년 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평화시위를 할 때에도 우리는 말했다. 우리는 분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분노를 촛불 심지에 꾹꾹 눌러담은 것이며 거기서 피어나온 불꽃은 절대 쉬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오늘 날 우리의 모습은 평화를 넘어 하나의 축제와도 같았다. 우리는 분노했으나 소리높여 노래를 불렀고 그렇게 연대했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줄 아는 민주시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1. 응원봉 문화
8년 전에는 촛불이었다면, 이번 시위의 핵심은 '응원봉'이다. 시위의 핵심 연령층이 낮아졌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꺼지지 않는 빛을 의미하며, 서로 다른 우리이지만 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함을 의미한다.
각자 다른 색,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같은 마음으로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는 것이
마치 민주주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우리 아버지는 6n세에 응원봉을 구매하셨다(!))
2. 깃발 문화
아아 - 해학의 민족이여.
누군가가 시위대에게 말했다. "누구의 사주를 받고 하는 것인가?" "너희 뒤에는 누가있냐?"
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 깃발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당당한 대답이자 재치있는 풍자이다.
이번 시위에도 천하제일 깃발대회가 열렸다. 해학의 민족, 풍자의 민족은 나라가 어지럽고 어두워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3. K-POP을 함께 부르며
시위에 나가기 전 날 밤, 우리 집에서는 다시만난세계가 무한 반복되었다. 이유는 아버지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기 위함이었다. 시위에 나간 사람들은 남녀노소 함께 아파트를 외치고 다시만난세계를 목놓아 불렀다. 세대가 통합하여 한 목소리로 외치는 노래로서 진정한 K-POP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4. 선결제 문화와 봉사활동
몇 년간 이어지는 의정갈등은 의-국민 갈등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이 정말 안타까웠다. 의료 시스템의 마비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은 책임자를 질책하면서 동시에 그 가까이에 있는 의료인들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갈등 속에서 집회에 참석한 전공의들의 봉사활동에 갈등이 점차 봉합될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
혐오가 난무하던 세상에 지쳐가던 중, 사랑과 연대의 마음으로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볼 수 있었던 시위였다.
더 이상 시위는 분노에 가득찬 시민들의 무질서한 외침도, 언제 터질지 몰라 위험한 시한폭탄도, 죽음을 불사한 용기가 있어야만 나갈 수 있는 공간도 아니게 되었다.
그 어느 곳 보다 질서 있고 같은 마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그 장벽이 크게 허물어졌다고 느낀다.
이렇게 민주적인 나라를 고작 총칼로 군림하려 했던 그들의 얕은 생각이 가소롭게 마저 느껴진다.
나는 민주시민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