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동안 강제적 칩거에 들어갔었다. 바깥세상과 연결된 것이라고는 인터넷과 텔레비전뿐. 배달 음식도 시킬 수 없고, 장 보러 가기도 힘든 산골에 살고 있어서였을까 이건 정말 완벽한 칩거 생활이었다. 집에서 7일을 지내면서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던 것은 책, 그리고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세상이 다시 그리워졌냐고? 그보다도 내가 없어도 이 세상은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다. 아마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나도 남들처럼 그리 살았다. 일개미의 본능이랄까? 일개미 하나쯤 없다고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그런 철학을 가지지 않고서는 그리 열심히 사는 게 의미 없다고 느끼게 될까 두려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그런 삶이 허무해진 것이 아니다. 나는 새로운 발견을 해버렸다. 내가 조금 나태하게 살아서 내 삶에 더욱 집중해도 아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나를 위해 시간을 더 쓰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일하는 시간에만 잘해주면 말이다.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어떻게 하면 더욱 감사하며 살 수 있을지 알 것 같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똑똑하게 일하는 방법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상을 통해서 나에게 깨닫게 해 주다니. 우리는 너무 바쁜 일상에 어쩌면 생각하는 법을 제쳐두고 살아왔던 것 같다. 습관적으로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단순하게 익숙한 활동들을 하면서 우리의 뇌가 쉬며 생각하는 시간의 틈을 주지 않았던 것이겠지. 상상력이란 단어는 어느새 나에게서 멀어져 가고, 도전이라던지 모험이라던지 그런 단어들은 모든 것이 귀찮은 나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가슴이 뛰고, 신나서 어쩔 줄 몰라했던 그 느낌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상에 찌들어 익숙해진 것들만 하고 살다 보니, 마음 근육 또한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인생이 지루해졌구나. 재미가 없어졌구나. 내가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사느라 좋은 시간들을 그냥 흘려보냈구나.
회사는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 나도 회사가 없어도 잘 살아진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매달려 살고 있는 삶. 그게 나의 지금 삶의 현주소이다. 월급 주는 그곳에서 잘리지 않으려고, 더 나은 월급을 주는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까지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는지 마음을 재 정비할 시간이 왔다. 그래! 난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고, 잘하고 싶다. 일도 놀이처럼 생각하고 재미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이제 일터로 복귀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 그곳에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한 곳이 되도록 내가 만들어 가볼 테다. 돈 때문이 아니라 너무 하고 싶어서 가는 그런 곳을 말이다. 인생은 오래 살아야 그 묘미를 알 수 있듯이 내가 서있는 이곳에서 재미나게 즐기듯이 살아보겠다. 제발 열심히 살지는 마세요. 그냥 지쳐요 버겁고 힘들어요.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