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괄량이 Jun 08. 2023

우리는 때때로 과하게 공감받길 바란다. <이로운 사기>

드라마에 과몰입하다 보면 주인공이 말을 걸 것만 같은 순간이 있다. 지루한 월요일 저녁 무렵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시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드라마 주인공이 등장했다. 본인을 잘 보라는 그녀의 말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이로움(천우희)이 제 4의 벽을 깨고 말을 거는 건 그 뒤로도 있었다. 이런 연출법이 잠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20년에 방영한 도시남녀의 사랑법에서도 드라마 주인공들이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연출법을 사용했으나, 그땐 드라마 자체가 인터뷰라는 설정이 있었다. 아무런 장치도 없이 극이 진행되다 시청자를 드라마에 개입시키는 이로운 사기의 흥미로운 연출법은 계속해서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내용으로 돌아와서, 이로운 사기는 공감결여 사기꾼 이로움과 과공감 증후군을 앓고 있는 변호사 한무영의 이야기다. 포털에 이로운 사기를 검색하면 'MBTI, T 사기꾼과 F 변호사의 절대악을 향한 짜릿 공조 사기극' 이라는 카피로 홍보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T와 F의 논쟁을 생각해 보면 이로운 사기의 핵심 키워드가 '공감'이라는 것을 빠르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지 못하는 아니, 하지 않는 여자 이로움과 공감이 때로는 본인의 커리어를 망치지만 공감하길 포기하지 않는 남자가 의뢰인과 변호사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부모를 죽인 천재소녀로 불리는 이로움(천우희)이 사실은 부모를 죽인 진범이 아니라는 이슈로 세상은 다시 한 번 떠들썩 해지고, 진범의 변호를 맡던 한무영은 변호사로서 의무를 져버리고 이로움의 편에 선다. 한무영이 이로움을 택한 이유는 그녀에 대한 연민 그 하나뿐이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진범이 나타났음에도 그녀가 죽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지만 한무영은 달랐다. '대체 수사팀은 뭘 한겁니까 10대 여자애가 부모 죽인 혐의를 받는데 어디서 살고 교육받았는지 관심도 없이' 그의 대사다. 이 대사 하나로 한무영이란 캐릭터가 충분히 설명이 될 것 같다.


아직 드라마는 2화까지 진행 중이라 이야기의 장이 다 열리진 않았지만, 이 드라마가 지금 시대에 필요한 처방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마음이 낭비라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우리는 시니컬해지길 택했고, 타인을 위해 한 조각 내어주려던 마음이 망설임으로 인해 녹아내렸던 적도 있다.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온도는 점점 더 낮아져 가는 중이다. 티비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사연에 채널을 돌리는 것은 물론 가끔은 친구의 슬픔을 나누어 가지고 싶지 않아 의도적으로 이야기를 피해버리기도 한다. 마음을 나누어 주는 것에 언제부터 손익계산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로움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외로움이란 동굴 안에서 꺼내주는 것은 결국 한무영의 공감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로움은 한무영이 나누어주는 마음을 하나 둘 받아 가며 공감에 대해 배워갈 것이고 그녀 또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과정을 스펙타클한 스토리로 즐기면서 우리도 공감하는 마음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에게 과하게 공감받길 바란다. 이 마음을 자각하는 시간이 되어 누군가에게 마음주는 일에 계산하지 않는 사회로 가길 바라며, <이로운 사기>의 시작을 응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