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의 글로벌 히치하이킹, 꿈을 좇아 7

7부. 1초의 기적

by Coo Lee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주,

그는 가족과 함께 로마로 향했다.


역사와 예술을 사랑하는 아내는 들뜬 표정이었고,

어린 아들은 콜로세움의 사진만 봐도 숨이 가빴다.

그 역시 유럽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행이라는 생각에

오래 눌러두었던 들뜸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고 있었다.


기차를 타고 파리로 달려간 후,

파리 리옹역에서 야간 침대열차에 몸을 실었다.

13시간을 달리면 아침 로마.

완벽한 시작이었다.


그들은 일주일 내내 로마의 숨결을 따라 걸었다.

콜로세움, 판테온, 바티칸, 트레비 분수…

뜨거운 6월의 태양 아래에서도

한순간도 아깝지 않은 황홀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일정은 피사의 사탑.

그리고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올라가

금요일 자정 열차로 프랑스로 돌아가는 여정.

토요일에 도착해 렌터카를 찾고, 짐을 챙기고,

일요일 새벽 미국행 비행기를 타면

월요일 첫 출근이 문제없이 이어지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피렌체를 떠나는 기차가

한 시간이나 연착되면서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밀라노 환승 시간은 단 한시간.

그는 차장을 붙잡고 물었다.

“도착하면… 환승 가능합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당황스러웠다.

“잘 모르겠습니다.”


기차는 자정을 훨씬 넘겨 밀라노에 도착했다.

플랫폼엔 아무도 없었다.

빛도, 소리도, 온기도 사라진 텅 빈 역.

마치 시간까지 멈춰버린 듯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렌터카, 비행기, 첫 출근…

그가 지켜야 할 모든 약속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에서 쨍 하고 울렸다.


역무원이 호텔을 잡아주고

아침 9시 떼제베 표까지 마련해주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파리 도착 예정은 오후 4시.

학교 근처 렌터카 사무실은 5시 마감.

거기까지는 1시간 반 이상.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비행기를 놓치면 새 표를 사서 가면 된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지갑엔 현금도, 신용카드도 없었다.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그의 심장은 새벽 내내 쉼 없이 뛰었다.


‘정말… 첫 출근부터 결근하는 건가?’

불안이 목까지 차올랐다.



떼제베가 파리 리옹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뛰자!”

처음 오는 역.

표 사는 법도 모른다. 플랫폼도 모른다.

단 하나 확실한 건 시간이 없다는 것뿐.


땀으로 미끄러지는 손을 꼭 잡고

그들은 무작정 달렸다.


출발 1초 전—

기적처럼 문이 닫히기 직전인 기차에

몸을 밀어 넣듯 올라탔다.


긴 숨을 몰아쉰 것도 잠시.

그는 다시 계산을 시작했다.

도착 후 버스로 갈아타면… 아무리 빨라야 5시 반.

30분이 모자랐다.

렌터카 사무실.

닫힌 문.

끝.


그는 주머니에서 2유로를 꺼내

옆자리 청년에게 내밀었다.

“전화기… 빌려도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렌터카 사무실에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제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조금만…!”

그러나 돌아온 말은

흔들림 없는 한마디였다.

“5시에 문 닫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철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희망이 끊어질 듯했던 그때,

그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뭔가… 다르다.’

창밖 풍경이 미끄러지듯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

그는 자리에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가슴이 쿵 하고 뛰었다.

‘이 속도… 빠르다. 올라올 때랑 다르다!

자주 서지도 않는다.’


올라올 때 1시간 넘게 걸리던 구간을

내려오는 기차는 30분 만에 주파했다.

고속기차가 있고, 그걸 탔다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남은 시간 10여 분.

그는 다시 가족의 손을 움켜쥐었다.

“뛰자!”

기차 문이 열리자마자 뛰었다.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그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맨 앞 차에 그저 뛰어올라 탔다.

그러나 올라타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방향이 아니면… 모든 게 끝이다.’


그러나 버스는

렌터카 사무실이 있는 방향으로

조용히 달리고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시계 바늘은 막 5시를 가리키려 하고 있었다.


그는 거의 쓰러지다시피 카운터로 달려갔다.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지친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말없이 손을 뻗어

차 열쇠를 건넸다.


그는 그 자리에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온몸이 풀렸다.


그렇게 그들은 기적처럼

다음날 새벽 비행기에 올랐고,

그는 미국에 도착해

월요일 첫 출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약속을

끝내 지켜냈다.



그날의 추격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으로 남았다.

로마의 황홀함 뒤에 이어진

영화 같은 하루.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위기 속에서

그를 살린 건

기적, 천운,

그리고 낯선 이들의 작은 배려였다.


그날의 긴박함과 안도,

그리고 온갖 희로애락은

한 폭의 풍경처럼

그의 마음 한 켠에

영원히 새겨졌다.

그날 이후, 그는 때때로 묻곤 했다.

“그 1초가 없었다면… 나는 어디에 서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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