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머무는 시간
아침의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다.
창문을 열자, 세상이 흰 숨결로 덮여 있었다.
멀리 보이던 산도, 골목의 끝도, 사람의 얼굴도 사라지고
눈앞의 공기만 남아 있었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멈췄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한 걸음,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듯이.
안개는 늘 그렇게 찾아와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 우리는 답을 잃고, 방향을 헤맨다.
하지만 안개는 길을 잃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추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선명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흐릿함 속에서는 느껴지기 때문이다.
삶에도 그런 시간이 있다.
무엇을 향해 가는지 모를 때,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할 때,
그저 잠시 안개 속에 머물러야 할 때가 있다.
그 시간은 멈춤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다.
햇살이 조금씩 스며들면 안개는 서서히 흩어진다.
그리고 남는 건, 조용한 빛과 맑아진 마음뿐이다.
안개가 머무는 시간,
그건 사라짐이 아니라,
조용히 다시 피어오르기 위한 숨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