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안개가 머무는 시간

by 연월



나는 가끔 바다를 보러 간다.

누군가와 대화가 잘 되지 않을 때,

마음이 복잡해서 스스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

그럴 때면 이상하게 바다가 떠오른다.


바다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매일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늘 같은 바다다.

잔잔할 때도, 거칠 때도,

그 안엔 묵직한 고요가 깔려 있다.


바다는 말이 없다.

그 대신 모든 말을 들어주는 것 같다.

나 혼자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들이

파도 소리에 섞여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리고 돌아오는 파도는

조용히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건 슬픈 일이 아니라, 오히려 편안한 일이다.

작아지니까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다.

고집도, 자존심도, 복잡한 마음도.


언젠가 누군가 내게 물었다.

“바다는 널 위로해주니?”

나는 그저 웃었다.

바다는 위로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거기 있음’만으로도

사람은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다로 간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곳에서,

조용히 내 마음을 비우기 위해.


화, 수,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