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키오스크란 말,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by 김남정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온 정책 용어에 갸우뚱...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표현이 훨씬 직관적



남편과 뉴스를 보다가 처음 접한 신조어가 있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라는 말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갸우뚱했다. 발음을 정확히 몰라 한참 생각했다. 띄어쓰기가 확실치 않아 처음에는 '배리 어프 리'라고 나누어 읽었고, 이게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했다. 설명을 듣고서야 barrier가 '장벽', free가 '없음'을 뜻한다는 것을 알았다. 의미를 이해하고 나니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질문이 남았다.


JTBC 뉴스는 2026년 1월 27일 자 보도에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문제를 다뤘다. 장애인과 고령자 등 정보 취약계층도 무인 주문기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주요 키오스크에 접근성 기능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하루 전, 현장 가보니 '그게 뭐죠?'"라는 제목의 이 보도는 정책의 취지와 함께,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취지만 놓고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뉴스 자막에 등장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나는 다시 한번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표현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언제부터 'barrier'라는 영어 단어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말이 되었을까. 'free'라고 하면 대개 '자유롭다'는 의미를 먼저 떠올리지, '어떤 것이 없는 상태'까지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미 '키오스크'라는 말 자체도 낯선데, 그 앞에 또 하나의 외국어를 덧붙인 셈이다. 장벽을 없애기 위한 정책이, 정작 용어에서부터 또 다른 장벽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image.png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동묘역점에서 열린 디지털 약자 어르신 키오스크 교육에 참여한 서울재가노인복지협회 소속 어르신들이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사실 나에게 키오스크는 늘 편리함보다는 부담이자 불안의 대상이었다. 중간 단계에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뒤에 누군가 기다리는 상황이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함께 음식점이나 카페를 가면 대부분 남편이 주문해 준다.


그러나 얼마 전 나 혼자 동네 카페에서 커피 광고가 그려진 키오스크를 발견하고 주문을 시도했으나 화면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손가락이 너무 건조한 탓인가, 화면 곳곳을 여러 번 두드려봤지만 소용없었다. 알고 보니 그 화면은 주문기기가 아니라, 키오스크와 매우 비슷한 형태의 광고판이었다. 누가 봐도 겉모습만 보면 키오스크와 구분하기 어려운 광고 화면이었다.



얼른 주위를 둘러보며 누가 본 사람이 없나 확인까지 했다. 주문을 기다리던 점원은 내 실수를 눈치챘을 테지만, 태연하게 주문을 받아주었다.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리어프리'라는 말과 현실 사이에는 아직 적잖은 거리가 있구나 하고 말이다.



이 경험을 떠올리면, '배리어프리'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원하는 것을 겁먹지 않고 자유롭게 주문할 수 있는 권리와, 고객과 점원 사이 인간적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키오스크는 존재 자체가 장벽 아닌가 싶다. 기술이 일상의 편의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와 달리, 오히려 기술이 사람 사이의 소통과 배려를 줄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적어도 나 같은 이용자에게 키오스크는 언제나 '자유로운 선택'의 공간이라기보다는, 긴장과 눈치가 먼저 앞서는 장소다.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 이면에는, 원하는 것을 제대로 누르지 못할까 봐 생기는 불안이 있다. 기술이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그 기술 앞에서 사용자가 위축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단어의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나는 글을 쓸 때,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는 안내 메일을 받았던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 외래어를 쓰면 문맥이 더 세련되고 유연해 보일 때도 있지만, '노트' 대신 '공책'처럼 우리말을 선택하려 애쓴다.



글은 읽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기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는 '배리어프리'보다 '장벽 없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이라는 표현이 훨씬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번 글을 쓰며 다시 느낀 것은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진정으로 모두를 위한 장치가 되기 위해서는, 단어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화면 구성, 안내 방식, 현장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자의 실제 경험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 기술이 모든 사람의 삶에 같은 속도로 스며들지는 않는다.



나는 앞으로도 글을 쓸 때 정확한 사실에 기대돼, 현실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싶다. 정책 용어가 얼마나 그럴듯한가 보다, 그 말이 삶의 현장에서 얼마나 이해되고 체감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라는 말이 단지 새로운 신조어로 남지 않고, 이름 그대로 누구에게나 덜 두려운 선택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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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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