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미 이치로의 일과 인생
'쓸모 있다'=be of use (to somebody)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쓸모 있는 일이라 해서 거창한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이하는 일들을 쓸모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매진하고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유투버, 인스타, 카카오스토리 등 개인의 수많은 특기와 소질과 자질이 가득한 영상을 접할 때면 가끔은 약간의 무기력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단순한 일상을 잘 가꾸어 나가는 일이 진짜 쓸모 있는 일이다.
남과 비교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의 하루를 만드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주부 입장인 나의 관점으로 보면 식구들을 평안히 쉬게 하는 일이다.
기시미히치로의 '일과 인생'에서 저자는 집안을 정돈하고 청소를 하고 누군가를 위하는 일들이 '공헌감'을 인정받기 위함이라면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왜냐하면 내가 인정욕구가 강해 내가 한 일이 가족에게 주목받거나 인정받지 못해 불공평한 감정이 든다면 관계는 당장 악화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가족이라 해도 성향은 각자 다르다. 정리 정돈된 집안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우리 집은 항상 정리 정돈된 집이라고 머리에 각인되어 당연시할 수도 있다.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뒤돌아 보았다. 내 몸이 힘든 날에는 나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널 위해 청소했어."라고 짜증 섞인 말을 한 적이 많았다. 이 순간 가족들은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분위기는 일순간 싸늘해졌었다.
'집안일은 특정한 누군가만 하는 일이 아니다. 직장에 가 거나 학교에 가는 가족에게도 집안일을 분담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내게 위로를 건넨다. 가족이 일을 분담하면 나도 덜 힘들고 협동하는 가운데 대화도 더 풍성해진다고 한다. 크게 공감한다. 그리고 당장 실천했다. 내 몸이 힘들 땐 남편에게 단순한 집안일(분리수거등)을 요청하니 훨씬 수월하다.
인간의 자유의사는 효율이나 성공보다 중요하다. 일(경제적)이 아닌 데서도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데서만 자신의 가치를 찾는 삶을 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게으름 부리지 않고 바지런하게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된 일상은 지루하지 않다. 하루하루 나만의 시간을 알뜰히 사용하니 축 늘어진 기분은 저만치 달아나 내 곁엔 얼씬도 못한다. 주부로만 사는 지금의 나를 존중한다. 아침을 먹으며 점심 메뉴를 생각하고 점심을 먹으며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일이야 말로 얼마나 창의적 발상인가.
가장 단순한 일들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는 '나'를 스스로 쓸모 있는 인간이라 자부한다.
#영화 '미나리'에서 우리는 모두 존재 그 자체로 쓸모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 살짜리 손자 데이비드에게 할머니가 가지고 온 화투는 재미도 있었고 친구와 놀 때도 좋았다. 화투는 꽤 쓸모 있는 놀잇감이었다. 화투뿐만 아니라 물가에 조용히 자라난 '미나리'도 쓸모 있는 존재다. 다만 우리가 그 쓸모와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갔을 뿐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