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being'이다.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을 읽고

by 김남정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원하지만, 쉽게 얻어지지 않는 '행복'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고 했다. 자아실현을 위해 고차원적인 자기 계발과 높은 성취를 이루고 그 과정을 통해야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행복이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이자 삶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의 기원>을 통해 이를 반박하며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KakaoTalk_20250709_141540991.jpg 서은국 <행복의 기원>


'becomeing'(~이 되는 것)과, 'being'(~로 사는 것)의 차이를 설명한 부분을 읽으니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가 명확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행복의 총량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돈, 출세' 같은 것에 맞춰 사는 것을 becomeing(~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행복의 지속성'에 삶의 기준을 맞춰 사는 것을 'being'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표 지향적으로 살다 보니 유한한 인생이 우울하고 건조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우리가 행복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런 행복의 방향성에 나의 생활을 대입해 보니 난 어제도, 오늘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집밥을 매일 한다. 이 더위에 '밥 하는 게 고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내가 하는 방법은 바로 불사용을 최소화해서 요리하는 것이다. 오이냉국을 하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반찬들로 나만의 김밥을 만든다. 냉국을 좋아하는 남편은 이건 환상의 궁합이라며 진짜 좋아한다. 이런 모습을 보며 덩달아 맛있게 먹는 나는 행복한 마음이니 보약을 먹는 것과 같다.


가끔 외식을 하면 편하기도 하고 새로운 음식을 기분 좋게 먹는 즐거움도 있다. 주부인 나는 경제적으로도 건강에도 좋은 집밥을 하면서 나의 수고로움이 가족들의 식사와 기념일을 더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맛있다'는 칭찬까지 들으니 좋다. "행복이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해 요리하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나는 늘 행복하다. 한식 요리는 손이 많이 가지만, 집밥을 하는 순간 사랑하는 가족들 얼굴도 떠 올리며 정성을 한 스푼 추가하는 것도 늘 잊지 않는다.. 이때 내 감정은 저자가 말하는 being(~로 사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역시 현대 사회가 성공과 성취에 대한 강박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 하지만 결국엔 현재의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딸들도 가끔 주말에 밀린 잠을 자거나 드라마를 보며 쉬다가도 금방 뒤돌아 후회한다. '귀한 주말을 더 가치 있게 활용했어야 했어.' 하면서~ 이런 생각은 아리스토텔레스 사고방식에 기인한 것이다. 행복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해야 얻어질 거라는 강박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늦잠을 자고 드라마를 보며 행복했다면 being(~로 사는 것)이다. 결국 <행복의 기원>에서 말하는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자주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말이면 우리 식구가 다 모인다. 이번 주말엔 새로운 가족이 된 지 한 달 남짓한 둘째 사위까지 다섯이 모인다. 난 이번에도 내 솜씨자랑을 하며 맛있는 행복감에 빠져야겠다. 맛있게 먹는 식구들의 모습이 행복감이다. 내 행복을 의심하거나 가치 판단하지 않는다. 순간의 즐거움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그게 오늘을 살아가는 '행복의 being'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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