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야 한다.

<알베르 카뮈 디 에센셜> 다시 읽기

by 김남정

"삶에 대한 절망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


이 한 문장이 내가 카뮈를 좋아하는 이유다. 삶의 숭고함을 명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삶은 살 가치가 있는가?"알베르 카뮈는 이 물음으로 철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평생을 글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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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 디 에센 2022. 12 >은 (이방인), (안과 겉), (결혼), (여름), (알베르 카뮈의 스웨덴 연설)이 실린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의 문장은, 마치 유럽의 오래된 돌담처럼 단단하고 조용한 울림으로 읽힌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철학자'로 남은 카뮈의 말들을, 이 책은 마치 한 권의 압축된 생애처럼 구성한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이 한 문장에는 격렬한 외침 대신, 오랫동안 침묵하며 쌓인 사유들이 담겨있다. 삶과 죽음, 부조리와 연대, 자유와 사랑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에서 비롯된다. 그는 늘 고통받는 인간 곁에 머무르려 했다. 다시 고전 읽기를 하며 펼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놓친 질문들과 다시 마주한다.


의미 없이 살아가야 한다.


카뮈는 말한다. 인간은 부조리한 세상에 던져졌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가야 한다고. 반항해야 한다고, 사랑해야 한다고. 그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의미 없이 살아가야 한다'' 이 문장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영원할 것이다.



특히 <이방인> 은 내가 오래전 중1 논술 수업할 때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 장례식 후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그 메시지를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중1 학생들을 위한 필독서로 선정된 것부터가 무리였다.



카뮈의 사유를 읽는다는 것은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고 시대를 아는 힘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신대비 선행학습이 목적이 돼버린 사교육 현장에서 논술 수업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시간 내기도 어려웠고 책 읽어오는 것까지도 힘들어했었으니까. 지금은 30대 중반을 넘어설 그 학생들이 꼭 다시 한번 읽어보는 기회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


다시 읽는 카뮈의 사상과 정제된 언어들, 정말 심오하다. 짧지만 어떤 문장은 책을 덮게 하고, 어떤 문장은 삶을 되묻게 한다. 그래서 고전은 곱씹으며 읽어야 하나보다 하는 생각도 더불어해 본다.


행복해지기 위해 철학을 시작했다.


이 문장은 철학이 삶을 위한 것임을 내게 다시 상기시킨다. 삶은 이성으로만 설명되지 않고, 세계는 늘 무의미와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어쩌면 그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그동안 무의식 중에 피했던 단어들을 떠올렸다. 죽음, 고통, 침묵, 선택, 연대, 사랑.

카뮈는 절대 이 단어들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면으로 직시하며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이 카뮈가 오늘 내게 던지는 숙제다.



특히 카뮈가 젊은 시절 알제리에서 보낸 시절을 에세이로 쓴 <결혼과 여름>은 인상적이다. 카뮈는 그곳에서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결혼과 여름>은 흔히 알고 있는 부조리의 철학자, 냉철한 반항아 아이콘이 아닌, 햇살과 땅, 바다와 육체의 감각을 사랑했던 젊은 카뮈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태양 아래에서 진리를 배웠다.

내가 태어난 이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충만하다.


여기서 카뮈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보다는, 존재하고 있는 것의 기쁨을 더 직접적이고 감각적이게 표현한다. 이성과 냉정만이 그의 사유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결혼과 여름>에서는 햇빛, 여름, 육체의 감각, 그리고 자연과의 일체감이 삶의 중심에 있다. 이를 통해 본다면 카뮈는 '살아 있음'이라는 인간 감각을 사랑한 인물이다.


작품 <결혼>은 제목만 보고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는 내용일 거라 짐작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야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결혼'이라 표현한 것을 알았다.


나는 이 세계와 결혼하고 싶었다. 이 빛과, 이 바람과, 이 광막한 침묵과.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부조리한 세계를 뛰어넘어, 그 속에서 긍정할 수 있는 삶의 순간들을 찾아 나서는 젊은 카뮈와 마주하게 된다.


또한 <여름>에서는 유럽의 몰락과 전쟁의 아픔 속에서, 인간 정신의 회복을 햇빛과 아름다움에서 찾고자 한다. 그에게 '여름'은 사계절 중 하나의 계절이 아니라, 인간이 되찾아야 할 본래의 인간성, 즉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것이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사랑한다.

왜냐하면 나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


책을 다시 읽고 든 생각은 이 책은 철학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보다는, 문학이 가진 감각적 울림으로 더 다가온다. 카뮈는 이성보다 먼저, 육체의 눈으로 세계를 본다. 그리고 그 감각을 언어로 표현하려 애쓴 작가다. 그 표현은 시적이면서도 투명하다. 그 투명함이 책을 읽는 내게 지금 '살아 있음'을 다시 느끼게 한다.



철학을 처음 접하지만, 너무 어렵지 않게 시작하고 싶은 분들, 여름방학을 맞을 중. 고등학생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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