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학교의 연주회를 감상하며
친구의 초대를 받아 미국 중학교 학생들의 연주회에 다녀왔다. 중학교 세 군데가 모여 정기적으로 공연을 여는데, 인원이 꽤 많다 보니 인근 고등학교의 큰 홀을 대관해 연주회를 한단다. 흡사 대학교의 작은 캠퍼스를 연상시킬 만큼 커다란 규모와 곳곳에 붙은 학교 로고가 웅장함을 자아냈다. 다들 커서 그런가, 무슨 학교가 이리 크담? 나도 남편도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연주회는 평일 저녁 7시에 시작됐다. 친구의 아들은 연주회에서 플롯과 바이올린을 멋들어지게 연주했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어요! 그녀가 나에게 약간의 비밀을 전해주듯 말하길, 아이들이 모두 일주일에 두 번씩 새벽 6시 반에 모여서 연주 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자발적인 모임이며 자신의 아들 역시 즐겁게 연습에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정말요? 그 나이대 애들은 잠이 많잖아요!" 나의 말에 그녀 역시 동의한다는 듯 "그러니까요, 내 아들도 잠이 많거든요"라고 답했다.
세 학교가 차례대로 발표를 했다. 각 학교마다 지휘자 선생님과 곡 스타일, 그리고 연주단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모두 달라서 묘한 재미가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아이들이 연주를 즐기는 모습과 연주가 끝났을 때 감출 수 없는 뿌듯한 표정(어떤 아이는 이 순간이 너무나 자랑스러운지 턱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가족들의 참석이었다. 친구가 가족들을 소개해주었는데 남편과 두 아들, 동서 내외, 그리고 친구의 부모님까지 생각보다 많은 가족들이 있었다.
아마 다른 가족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홀은 많은 이들로 가득 찼다. 보기 좋으면서도 동시에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먼저, 수요일 저녁 일곱 시에 열리는 조카의 음악 연주회를 참석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할까? 단순히 마음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아빠까지 갈 것 없이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주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부담만 될 뿐이다.
물론 내 친구는 아마도 이곳에서 여유 있는 중산층에 속할 것이고 나는 이 사회의 단편적인 장면만을 봤을 테지만, 이곳에서 저녁 있는 삶을 찾아보기 더 쉬운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이 비교적 아이들을 많이 낳는다는 항간의 떠도는 소리(?)는 우연의 일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미국이라는 강대국과 비교하면 속만 쓰리지만 말이다. 저출산은 남과 비교하는 문화와 집값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이며, 노동력으로 성장한 나라에게 무리라 할 수 있지만서도. 저출산의 끝을 달리고 있는 시점에서 분명 이전과는 다른 큰 변화가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한 달에 한 번 평일 저녁에 열리는 자녀의 음악회에 무리 없이 참석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는 것을 고려해보지 않겠는가. 우리는 결국 좋은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