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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개굴개 Nov 30. 2022

책이 곧 예술, 뉴욕 아트 북 페어에 가다.

NY Art Book Fair 2022 후기

뉴욕 아트 북 페어에서 만난 어린이용 아트북 

뉴욕 아트 북 페어가 뭐야?

뉴욕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이웃 동생이 곧 열리는 뉴욕 아트북 페어를 아냐고 물어왔다. 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재밌어 보이는 걸. 그게 뭐야? 맙소사. 설명을 듣고 나니 더 구미가 당긴다.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기도 전에 이건 해야만 할 것 같은 순간 말이다.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주어진 날카로운 본능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럼 우리 가볼래?" 지난 10월, 그렇게 떠나게 됐다. 볼 것이 너무 많아 눈도 마음도 빙글빙글했던 'NY Art Book Fair 2022'를 향해서!


NY Art Book Fair, 일명 뉴욕 아트북 페어는 뉴욕의 대표적인 독립서점 'Printed Matter'가 주관하는 행사로 전 세계 아트북 작가와 출판 업체가 한데 모이는 축제다. 개인 혹은 독립 출판사가 작은 부스를 운영하면서 아트북을 선보인다.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데 코비드 탓에 지난 2년간 하지 못하다가 올해 다시 시작한 모양이다. 후끈후끈한 행사장의 분위기에 묘하게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 눈을 부릅뜬다.


관람에 앞서, 아트북 페어라는데 그럼 아트북이란 뭘까? 아트북은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책과 예술의 결합이다. 예술이 늘 그렇듯 정해진 방식과 장르란 없다. 자신의 작품을 한데 모아 출간하거나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본인의 예술성을 마음껏 표현한다. 그렇다면 왜 하고 많은 것 중에 책일까? 책은 비교적 운반과 소장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품이나 오래된 소장품을 한 곳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위 말해 맨 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틀이 있는 것이 창작자의 입장에서 부담이 적다는 점도 들 수 있겠다. 이미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것 또한 일종의 예술 행위가 된다.


그래서인지 생각도 못한 제본 방식의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가상 자리를 스프링으로 막아 열 수 없는 책부터 LP판이나 재활용 상자로 커버를 만드는 것까지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방대한 자료를 한데 모아놓은 파일들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파일철 안에는 오래된 포스터, 신문 스크랩 등이 빼곡히 담겨있다. 별게 아닐지라도 무언가를 오랫동안 소장하는 것만으로 가치가 생겼다. 많은 것을 이고 지며 살지 않겠노라며 웬만한 것은 소장하지 않는 본인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1층부터 4층까지 수많은 부스로 꽉 찬 페어에서 눈에 띄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2층 부스의 어떤 작가는 1층 기둥에 화살표와 티셔츠로 본인의 브랜드가 위에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위로 올라가니 정말 똑같은 핑크색 스펀지로 부스를 꾸며놓아 저절로 눈이 가게 했다. 영리하다. 눈에 띄는 오브제를 부스에 놓거나 단을 낳춰 눈에 띄게 작품을 배치하는 방식, 상자를 재활용하여 구석에 배치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구성과 배치 또한 하나의 예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관람을 하다가 생긴 에피소드도 빼놓을 수 없다. 한 이는 부스 위에 아예 의자를 올려놓고 작품을 전시했는데, 딱 봐도 아슬해 보인다 싶더니 관람객이 스친 옷깃에 유리 작품이 떨어져 깨져버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것도 잠시 작가는 '뭐 어때, 괜찮아'라며 다른 관람객의 질문에 열성껏 답했다. 쿨하다. '야, 너두 할 수 있어'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아트북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꽤나 두꺼운 책이 놓여 있어 보니 안에 말 그대로 아무 내용이 없이 빈 종이만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물으니 작가는 '곧 나올 책인데, 이 정도 두께에 이런 표지일 거야. 느낌만 보라고 올려놨어'라고 말했다. 프리 오더라며 주문도 받고 있다. 더 쿨하다. 그렇구나. 책을 느낌만 볼 수도 있구나.


평소 메모한 것을 그대로 복사해 만들거나 다양한 패턴과 질감의 직물을 한데 엮어 책으로 만든 것까지 다양한 아트북들을 보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에 놀라고, 유연한 사고에 반한다. 작가와 관람객의 열정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한 부스를 구경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그것을 꾸리기까지 작가는 수 없이 고민하고, 많은 시간과 할애했을 것이다. 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좋은 자극을 준다. 세계 각국의 최신 아트북과 작가, 그리고 이를 애정하는 이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뉴욕 아트 북 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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