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는가
글로벌 서비스 넷플릭스는 거대한 자본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고 경쟁을 공격한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시작한 서비스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세계 각국 콘텐츠를 확보하고 각국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특정 지역의 로컬 경쟁사에게 버거운 상대가 된다. “한국 소비자는 한국의 OO 콘텐츠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콘텐츠들을 대량으로 확보하면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로컬 OTT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고 실제로도 모두 실패중이다 (혹은 실패했다).
한국 소비자 (혹은 다른 특정 국가의 소비자)가 한국/자국의 콘텐츠를 선호할 것이라는 점은 옳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 역시 해외의 콘텐츠에 관심이 있고 이는 할리우드 콘텐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콘텐츠가 전세계 사람들에게 장벽 없이 사랑받듯 이제는 어느나라의 콘텐츠이든 ‘내 취향에만 맞으면’ 시청하는 시대이다. 생소한 인도, 스페인, 동유럽의 영화나 드라마라 해도 새로운 재미를 우연히 찾아내는 Serendipity가 주목받는 시대이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 뿐 아니라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이 점에서 넷플릭스가 가진 초대형 콘텐츠 풀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넷플릭스는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는 물론 브랜드의 신뢰도로 인해 ‘생소한 나라의 드라마라 해도 넷플릭스가 큐레이션, 소개하는 것은 기본 품질과 재미가 보장된다’는 신뢰마저 형성되어 있다. (디즈니플러스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거대 자본, 깊고 넓은 콘텐츠 풀, 축적된 데이터, 이 4가지를 로컬 OTT가 이길 방법은 없다. 심지어 같은 다국적 서비스인 훌루,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도 넷플릭스를 앞설 방법은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넷플릭스의 우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아니다. 10년은 더 갈 것 같던 아이폰의 아성, 공고하게만 보였던 애플이라는 브랜드도 몇 차례의 판단 실수로 인해 흔들리는 것을 보라.
로컬 OTT는 다른 방향에서 경쟁의 길을 찾아야 한다. 우선, ‘넷플릭스를 사용자 수, 시청 시간 등의 정량 지표에서 이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로컬 OTT는 (넷플릭스에 비해) 자본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사용자 수와 시청 시간 등은 모두 보유 콘텐츠의 폭과 깊이가 결정한다. (앞서 언급했듯) 특정(Niche)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Mass) 서비스보다 규모를 키울 수는 없다.
로컬 OTT는 소비자가 콘텐츠 시청으로부터 원하는 진정한 가치를 다시 바라보고 분석하여 이를 넷플릭스보다 더 잘 전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의 예를 '새로운 종류의 재미’, ‘모르고 있던 재미의 발견’, ‘좋은 경험’이라면 넷플릭스와 로컬 OTT의 전략은 아래처럼 갈라질 수 있다.
어떤 로컬 OTT도 넷플릭스와 같은 방식으로 가치를 제공하려 해서는 안된다. 한국의 웨이브나 티빙은 모두 ‘작은 넷플릭스’, ‘한국형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자사만의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지향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결국 넷플릭스에게 흡수(?)될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가입만 하면 모든 콘텐츠를 추가 요금 없이 시청할 수 있는 데 반해 웨이브와 티빙이 일부 프리미엄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 역시 나는 좋은 전략이라고 보지 않는다. 올레TV, BTV 등의 IPTV 플랫폼에서 예전부터 사용하던 수익 모델을 OTT로 옮겨와 사용자와 수익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인데 이는 OTT를 시청 중인 사용자들이 끊김없는 사용 경험을 갖는 데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로컬 OTT는 차별화 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방법 중 하나가 '임파워먼트 경험을 부여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별도의 글에서 풀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