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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어서 뇌 속으로 Jul 25. 2023

변태는 너야

사랑에 관한 작은 생체적 고찰 - 키스의 위험성

“너, 입 그거 뭐야?”

“뭐가?”

“왜 입술에 그런 물집 같은 게 나있어? 그거 성병이라던데 너 바람 폈냐? “

“뭔 소리야?!”

“봐봐, 인터넷에서 입술에 난 수포는 헤르페스 어쩌고 성병이라는 데? 야, 너 진짜 바람 폈어?”

“진짜 뭔 소리야? 나 바람 안 폈어!”

“그럼 입술에 그 수포는 뭔데?! “

“나도 몰라! 근데 진짜 나 바람 안 폈어! “

“하, 야, 우리 헤어져. 어디서 성병 같은 걸 옮아와서는 뻔뻔하게 거짓말까지 해!”

“나 아니라고!!”


맞다, 그/그녀는 정말 억울할 것이다. 둘 모두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그/그녀는 바람을 핀 적이 없지만 그/그녀는 헤르페스에 걸렸다. 그럼 그 헤르페스는 어디서 뿅 하고 나타난 걸까?


정답은 (보통) 상대방에게서 헤르페스가 옮아온 것이다. 헤르페스 타입 1은 보통 키스 같은 타액으로 옮아온다. 헤르페스에 걸리면 보통 입술 주변에 수포가 나타나고 간지럽고 미약한 통증이 있다. 입술 주변에 자리하는 이유는 헤르페스가 다른 사람에게도 옮겨가기 위해 입술 근처에 자리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얍삽한 놈이다) 헤르페스에 걸리면 입술 주변의 수포와 피로 등이 나타나다가 우리 몸 안의 면역군과 싸우게 된다. 그러다 우리 면역군이 이기면 헤르페스는 조용히 우리 몸 안으로 후퇴해서 다시 나갈 기회를 엿본다. 그러다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던가의 이유로 우리의 면역이 약해지면 이때다 싶어 우리 몸 밖으로 나오게 되고 이 과정에서 나와 키스 등을 통해 타액을 교환한 사람에게 옮겨간다. 하지만 이미 헤르페스에 걸려 있는 사람은 헤르페스에 이미 한 번 맞서 싸운 훈련된 면역군이 있어 증상이 미비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헤르페스를 옮아서 처음 걸린 사람에게만 수포나 미열 등의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나는 안 났는 데, 데이트하는 상대의 입술에만 수포가 났다면 혹시 나부터 헤르페스에 걸린 적이 없는지 떠올리고 의심해 보자. 상대는 오히려 나로 인해 헤르페스에 걸린 희생자일 수도 있다.


(참고로 헤르페스는 종종 성병이라 알려져 있지만 헤르페스 1 타입의 경우는 성병이라기보단 일반적인 감기처럼 호흡기질환에 더 가깝다. 같이 밥 먹는 것, 타인의 재채기나 가까운 호흡 등으로도 충분히 옮을 수 있고 전체 인구의 30퍼센트 이상이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헤르페스는 입술에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성기에 닿으면 성기에도 생길 수 있다. 보통 발진이나 수포 등이 일반적인 증상이다. 백신이 없기에 그냥 데리고 사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보통은 조용한 녀석들인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 얘 죽나? 다른 숙주를 찾아야겠군.’이라 생각하며 발현된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최대한 안 받도록 자제해 보자.)


(뇌와 관련성: 이 녀석들은 얼굴에 있는 신경세포들에 주로 자리한다. 그냥 입술 밖으로 표출되면 따갑고 아프지만 그나마 다행인데 가끔 신경을 따라서 뇌로 올라가서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치사율이 70%에 이르기에 무조건 안티바이러스제로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지럽고 두통이 일고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머리가 아프고 의식을 잃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의사에게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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