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브라자빌 (콩고 공화국)

탈출이 꿈입니다.

by 물보

어디서부터 어떤 글을 써야 할까 한참을 망설입니다.
날 것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꾸며내는 글들이 부끄러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한동안 공유할 수 없었습니다.


아프리카 콩고, 브라자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전기가 끊기고, 단수되어 찬물로 샤워하는 날이 태반이지만,
콩고의 초록은 여전합니다.


길거리를 걸을 때마다 “니하오”, “칭챙총”이 들립니다.
그들이 처음 보는 아시아인을 신기해하는 거라 생각하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어딘가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답답함과 속상함이 올라옵니다.
그럴 때면 유튜브를 폭주하곤 합니다.


요즘 ‘신인감독 김연경’을 봅니다.
루저 마인드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게으르지, 왜 책임감이 없을까’라는 불평이 올라올 때면,
그들을 이해하려고 애써봅니다.


이 땅은 나를 괴팍하고 이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사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인의 모습을 참 잘 갖추고 있습니다.


어제는 니카라과 친구 나디아와 한바탕 욕을 했습니다.
이곳이 질린다고, 탈출하고 싶다고.
그 얘기를 하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전 세계 직장인들은 결국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아무리 좋아도 회사는 탈출하고 싶은 곳.’

탈출하고 싶은 동료를 만난다는 것, 탈출 이후의 삶을 얘기하는 것
그게 요즘 제게 가장 즐거운 일입니다.


그래도 헛되게 살고 싶진 않습니다.
이 낯선 땅에서의 하루하루가
언젠가 내게 좋은 순간으로 기억될 테니까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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