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감금 그리고 반성문
2025년 9월 1일, 아침에 걸려온 전화에
정신을 지배당하고는, 패닉상태에 빠졌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거대한 감정이 휩싸여 심장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검사, 금감원, 경찰이라고 칭하는 이들은
부드러운 말투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혹여나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라도 한다면
그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갈 것처럼 종용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이용하는
그들에게는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온전치 못한 정신에, 그들의 말을 듣고 있자 하니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그런 괴로움도 있나 싶었습니다.
나 때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겼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이 들었는지,
있지도 않은 피해자들에게 미안했었습니다.
죄책감과 두려움에 삼켜진 제게, 숙박업소에 스스로를 감금시키고
"반성문"의 양식을 전달하며 반성문을 쓰라고 했습니다.
돌아보면 나를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를 범죄자들한테 보내는 것인데,
그러니 조종당하기 훨씬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살면서 이런 깊은 반성을 했나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진심을 다해 썼는지, 꽤 눈물이 났습니다.
억울하다는 마음과 생각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의 인생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저로 인해서 피해를 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철저히 홀로 고립됐습니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면 좋았겠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록뿐입니다.
덕분에 세상을 조금 덜 순수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깨달음입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경각심을 주고,
또 비슷한 상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분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속인 사람의 잘못입니다. 속은 건 잘못이 아닙니다.
반성문 양식
1. 사건 이전 나의 삶
2. 사건을 범하게 된 경위
3. 반성하고 있다는 점
4.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5.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내용
6. 처벌로 인해, 나, 가족 그리고 지인들에게 미치는 영향
반성문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입니다.
이번 반성문을 통해 그동안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이번 일에 대한 책임과 반성의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고자 합니다.
제 삶을 돌이켜보면,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사랑과 신앙을 바탕으로 항상 성실하고 바르게 살아왔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니며 잘못한 것에 대하여 반성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미션스쿨 시절에는 선교부 회장을 맡아 친구들을 이끌고, 말씀을 나누는 역할을 감당했으며, 신학교에서 기독교교육상담학을 공부하며 누군가를 돕는 삶을 실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저의 인생을 이끄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저는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으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삶의 연장선에서 캐나다에서의 유학과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하며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특히, 그곳에서 저는 국제 학생들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여 공동체 갈등을 해결하는 일에 나섰습니다. 또한, 노숙자와 청소년 사역을 통해 이민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 경험은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고, 결국 국제개발 분야에 대한 관심과 꿈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이후 난민가정과의 인연을 통해 실제적인 지원을 하게 되었고, 그 가족이 난민비자를 받아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몽골에서의 봉사활동 역시 저에게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몽골의 고아원에서 봉사하며, 그곳의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했습니다. 제가 누려온 교육과 환경을 바탕으로,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제가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그리고 그 실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습니다. 약식조사 과정에서 담당 사무관님께 전화 연락을 받고 계좌 및 자산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당황하고 두려운 마음에, 충분히 사고하지 못한 채 기억에만 의존하여 대답하였고, 담당검사님께서도 가능한 수단을 모두 사용하여 계좌 및 자산에 대하여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셨음에도 일부 정보가 누락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특히, 사용하지 않던 계좌들에 대한 무관심과 관리 소홀로 인해 제 명의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계좌들을 잊고 있었던 저의 무지함과 부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또한 관리하지 않던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좌가 범죄에 악용되는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이번 일을 계기로 크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가장 죄송한 마음입니다.
제게는 단순한 실수이자 무지였을지 모르나, 피해자분들께는 피땀 어린 노력과 삶의 일부였을 것입니다. 제가 그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그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몰랐다는 말로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모든 계좌를 즉시 해지하고, 명의로 등록된 어떠한 금융자산도 철저히 관리하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재판장님, 저는 단 한 번도 법을 어기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삶을 살아온 적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 삶은 늘 누군가를 위로하고, 돕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고자 애써왔습니다. 그러나 저의 부족한 판단과 관리 소홀로 인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욱 철저한 삶을 살 것을 다짐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가 꿈꾸던 삶의 방향이 무너질 위기에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각성하고, 신중한 태도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부디 제 진심 어린 반성과 앞으로의 개선 의지를 살펴주시어, 관대한 처분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