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당했습니다

2억, 인생이 리셋된 여름휴가

by 물보

8개월 만에 돌아온 나의 나라, 그토록 기다리던 휴가.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설레고 떨렸는지 모릅니다
돌아가는 비행날짜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꿈만 같은 휴가.
보고 싶은 사람들, 매끈한 도로,
전화 한 통으로 모든 배달이 가능한 곳.


그렇게 6주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아프리카로 돌아가기 일주일 전,

낯선 전화 한 통으로부터 악몽이 시작되었습니다.


뉴스를 보지 않아 무지했던 걸까요.
위압적인 말에 너무 당황했던 걸까요.
아니면, 사람을 너무 잘 믿었던 걸까요.


‘설마 내가 속을까’ 했던 생각은 순식간에 무너졌습니다.
스스로를 감금하여, 외부와 단절된 채 고작 5박 6일.

그 짧은 시간 동안 1억 8천만 원이 증발했습니다

세금까지 합치면 2억


그렇게 호기롭게 떠난 휴가는
최악의 휴가가 되어 돌아왔고,

수치심과 죄책감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갑니다.


누군가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게 일어난 일을 견뎌보자는 마음으로
이 기록을 남깁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채 돌아온 콩고는
여전히 전기가 끊기고, 물이 나오지 않는 곳입니다.

이곳에 그대로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이러나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에게 화가 나 견딜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다만 그 과정이 너무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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