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따사로운데 기온은 쌀쌀하고 타자를 치는 손가락이 스트레칭 안 한 몸처럼 뻣뻣하게 굳어있다.
옷을 가볍게 입고 지내기 떄문이다.
여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여름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벌써 반팔을 입고 지낸다.
누가 보면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뜨거운 열기에 몸을 뒤척이며 잠을 설친 게 한두 번이 아니고 덕분에 컨디션이 안 좋아진 적도 많다.
그럼 왜 벌써부터 반팔을 입고 지내느냐 하면, 쌀쌀한 기온을 몸으로 느끼는 게 좋기 때문이다.
어릴적부터 완벽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늘어졌고, 결핍이 있는 환경에서야 비로서 뇌가 깨어난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따뜻한 환경에서는 몸이 늘어지고 생각도 축 처진다.
글을 쓸 때도 쌀쌀할 때 나온 글이 더 견고하다.
극단적으로 추운 겨울에도 파카를 껴입고 창문을 살짝 열어둔 채 작업하는 걸 즐긴다.
내 방에서 거실로 나가면 온도 차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게 해두고 지낸다.
오늘의 이 쌀쌀한 기온이 나에게는 최고의 작업 환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