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고통이 성장을 가져온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모든 고통이 의미 있는 걸까?
아버지가 내게 준 어린 시절의 고통은 대부분 정신적인 것이었다.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었고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부끄러웠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넋두리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혔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함께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만 잠시 평화로웠다.
술을 마시면 본인만 즐거웠고 주변은 늘 고통스러웠다.
학원 갈 돈이 없어 집에 머물 때면 그가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자주 밖으로 나갔고, 갈 곳이 없어 동네 아이들과 놀았다.
아버지가 간암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우리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 일로 나는 술을 더더욱 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과연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행동 때문에 나는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한다.
그러나 행복한 가정에서도 충분히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꼭 그런 고통이 필요했을까.
하지만 지금은 안다. 고통이 의미를 가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버지가 남긴 상처는 평생 숙성시켜야 하는 기억이다.
불쑥 찾아오는 악감정을 눌러주는 건 여전히 그의 그림자다.
덕분에 나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간다.
고통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조금 더 나 자신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