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라운 시즌 6, 베이비 레인디어, 블라인드 러브: 영국 편
런던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그 자체가 이야기를 만드는 도시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런던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는 도시의 분위기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와 현실을 통해 런던을 느끼게 해 준다. 런던을 배경으로 한 여러 유명 작품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런던을 조명하며, 역사적 사건이나 실제 현실의 이야기, 혹은 출연자들의 일상을 통해 도시의 매력을 더 깊이 전달한다. 나 역시 런던에서 살면서 런던을 담은 콘텐츠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 확실히 내가 머물고 있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느껴지는 몰입감부터가 달랐다. 그래서 추천하는 런던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시리즈 3편. 이 작품들을 통해 런던을 보다 깊이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영국 역사를 통해 보는 런던, 찰스 왕과 다이애나 비, 그리고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이야기
영국 왕실을 다룬 더 크라운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시리즈지만, 마지막 시즌인 시즌 6에서는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현대적인 런던을 만날 수 있다. 이 시즌에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비극적인 마지막 순간을 비롯해,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첫 만남,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말년 등을 다루며 현대적인 런던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다. 주요 촬영지는 런던 내 다양한 왕실과 관련된 장소들과 외곽에 있는 대저택들인데 버킹엄 궁전, 켄싱턴 궁전, 그리고 세인트 폴 대성당과 같은 상징적인 장소들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이 시리즈는 런던 곳곳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도시의 역사적 순간들과 왕실 구성원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시 한번 조명해 주기 때문에 단지 드라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런던에서의 그 순간을 떠올리며 감상하는 재미를 준다. 살아있는 영국 역사를 경험하고 싶다면, 더 크라운 다른 시즌들도 추천한다.
스토킹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적인 런던의 드라마
베이비 레인디어는 런던에서 실제로 일어난 스토킹 사건을 바탕으로 한 7부작 영국 드라마로, 매우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는 동시에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깊은 몰입감을 준다. 2024년 에미상 11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사실이 말해주듯 작품성을 인정받은 올해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다.
이 드라마에서는 런던의 일상적인 장소들이 자연스럽게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이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어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런던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한다. 특히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호, 캠든, 혹스턴 등은 런던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이곳의 자유롭고 독특한 분위기가 극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이 지역들은 예술과 자유로움이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어두운 측면도 가진 장소인데, 스토킹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적 불안과 위협이 런던의 복잡한 면모와 연결되며, 이를 통해 작품은 스토킹, 성적인 혼란과 학대, 그리고 관계의 긴장감을 자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국 싱글 남녀의 진짜 연애와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
'러브 이즈 블라인드: 영국 편'은 사랑을 찾는 리얼리티 쇼지만, 단순한 데이트 프로그램을 넘어 영국 싱글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고 대화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외모를 보지 않고 오직 대화로만 사랑을 찾는 이 독특한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진심을 오롯이 대화 속에 담아낸다. 특히 커플들이 최종적으로 함께 살게 되는 장소인 캠든은 젊고 활기찬 런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역 중 하나다.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캠든, 쇼디치, 소호 등은 런던의 자유로운 거리 문화와 창의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곳들로, 참가자들이 서로를 더 알아가고 일상을 공유하는 장면에서 그들의 연애와 런던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러브 이즈 블라인드: 영국 편'은 특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런던에 모인 젊은 세대가 어떻게 사랑을 표현하고 일상을 살아가는지를 깊이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적이고 활기찬 '멜팅팟 런던'을 경험할 수 있다. 게다가 러브 이즈 블라인드는 전 세계적인 논픽션 인기 포맷으로 미국, 브라질, 멕시코, 일본, 스웨덴, 독일 등 각 나라 버전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기 때문에, 영국 싱글들의 스타일과 문화 등을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 포인트다.
이 세 작품을 통해 우리는 런던이라는 도시의 다양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영국의 역사와 현대 왕실의 이야기, 젊은이들의 연애와 일상, 그리고 실화에 바탕을 둔 극적인 현실까지, 각기 다른 작품들이 보여주는 런던의 모습은 단순히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런던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고 싶다면, 이 세 작품을 꼭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