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은 배우면서, 왜 창업은 그냥 하시나요?"
학교에서 창업을 가르치고 연구하다 보면, 예비 창업가나 심지어 동료 교수님들에게도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교수님, 솔직히 창업은 타고나는 거 아닙니까? 그게 학교에서 배운다고 됩니까?"
스티브 잡스나 엘론 머스크 같은 천재적인 인물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것이 마치 예술가의 영감처럼, 선택받은 소수만이 가진 DNA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오늘 이 오래된 통념에 대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창업은 학습 가능한 영역입니다. 아니,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생존 기술에 가깝습니다.
가장 쉬운 비유를 들어볼까요? 우리는 운전을 할 때 면허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배우고, 도로 교통법을 익히고, 강사의 지도 아래 주행 연습을 거친 뒤에야 도로에 나갑니다. 아무도 "운전은 타고나는 감각이야!"라며 배우지 않고 고속도로로 뛰어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크며, 한 번 사고가 나면 재기하기 힘든 '창업'에 대해서는 "그냥 부딪히며 배우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장 분석, 고객의 마음을 읽는 법, 한정된 자원의 배분, 팀 빌딩, 그리고 실패했을 때의 대처법...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운'이나 '직감'에 맡기기에는 너무나 정교한 의사결정의 연속입니다. 창업학은 바로 이 복잡한 과정을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학문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단순히 제 개인적인 믿음이 아닙니다. 수많은 경영학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제가 자주 인용하는 사라스 사라스바티(Sarasvathy, 2001) 교수는 숙련된 창업가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천재적인 예지력이 아니라 '이펙추에이션(Effectuation, 실효 이론)'이라는 특정한 사고의 논리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1]. 즉, 창업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습득할 수 있는 사고의 프레임이라는 뜻입니다.
또한 Martin, McNally & Kay(2013)의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창업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창업 의도와 기회 포착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해낼 수 있다는 믿음(Self-efficacy)'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 국내외의 수많은 연구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창업은 ‘가르칠 수 없는 신비로운 재능’이 아니라, 체계적인 설계에 따라 ‘배울 수 있는 역량의 집합’입니다.
그렇다면 창업 교육에서는 무엇을 배울까요? 단순히 회사를 설립하고 세금을 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생존 키트'입니다.
문제 정의 능력: 불평을 기회로 재정의하는 눈
의사결정 훈련: 정보가 불완전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법
실험적 사고: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서 가설을 검증하는 법
회복탄력성: 실패를 '끝'이 아닌 '데이터'로 받아들이는 태도
이러한 역량들은 꼭 창업을 하지 않더라도, 조직 내에서 혁신을 주도하거나 자신의 커리어를 주체적으로 설계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다행히 오늘날 창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열려 있습니다.
대학의 정규 과정: 창업학 전공, 경영대 트랙, MBA 등은 이론과 실제를 긴 호흡으로 연결하여 깊이 있는 역량을 쌓기에 좋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이런 과정을 설계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실전형 프로그램: 각종 부트캠프,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해커톤 등은 짧은 기간에 집중적인 경험을 쌓고 동료를 만나는 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창업도 배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네, 무조건 배울 수 있습니다. 다만, 방식이 중요합니다."입니다. 창업은 교과서의 정답을 외우는 암기 과목이 아닙니다. 수영을 책으로만 배울 수 없듯이, 창업 교육은 직접 가설을 세우고, 깨져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사고 회로를 바꾸는 '훈련(Training)'이어야 합니다.
운전을 배우지 않고 고속도로에 나가는 무모함 대신, 안전한 환경에서 충분히 연습하고 배우시길 권합니다. 창업을 배운다는 것은 반드시 사장님이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내 인생의 핸들을 내가 직접 잡고 운전하겠다는 주체적인 선언이니까요.
[1] Sarasvathy, S. D. (2001). Causation and effectuation: Toward a theoretical shift from economic inevitability to entrepreneurial contingency.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2] Martin, B. C., McNally, J. J., & Kay, M. J. (2013). Examining the formation of human capital in entrepreneurship: A meta-analysis of entrepreneurship education outcomes.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 창업 교육이나 학습 방법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함께 고민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