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이순신 장군은 삐에로와 싸우시는가

by 성게를 이로부숴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 아이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기묘한 괴담이 몇 개 있었다.


하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 어린이.’ 동상에 관한 것이다.


밤이 되면 그 아이가 운동장을 돌아다닌다는 기절초풍할 얘기였다. 허연 화강암 얼굴로 손을 번쩍 든 채 학교를 돌아다닌다나. 비 오는 어느 날, 자연시간에 지렁이 관찰을 하다 그 아이를 누군가 봤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또 하나는 지하에 있던 국악실 괴담이었다.


거기는 지금 생각해도 으스스할 정도로 아무리 맑은 날이어도 늘 퀴퀴한 냄새가 났다. 그곳은 항상 축축했으며 어두컴컴했다. 내가 2학년 때 우리 반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바로 그 국악실 위였다. 그래서 나는 매일 국악실로 내려가는 그 컴컴한 계단을 마주 봐야 했다. 장마철이 되면 정말 거기서 뭔가가 슥- 지나간 듯한 서늘한 느낌이 들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전속으로 계단을 달려 오르곤 했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에는 00동산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


커다란 히말라야 시다 대여섯 그루가 수문장처럼 운동장과 경계를 이루었고, 그 안에는 이름표를 단 여러 가지 식물들이 빽빽이 심겨 있었다. 또 자연교재로 쓰이는 돌들이 보물 찾기의 상품처럼 무심하게 박혀 있기도 했다. 그 옆으로는 작은 수중 정원도 있었는데, 여름이면 갈대를 비롯한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또 공원 앞에는 거대한 등나무가 덮인 벤치들이 수십 개나 놓여 있었는데 5,6월이 되면 그 보랏빛 꽃이 얼마나 예쁘고 향기로운 지 우리들은 삼삼오오 모여 등나무 벤치로 달려가 한껏 숨을 들이쉬곤 했다.


이 아름다운 공원에 내려오는 괴담이 있었으니, 바로 ‘삐에로 괴담’이었다.


서양에서 시작된 삐에로가 왜 한국의 바닷가 도시에 상륙했는가 하는 것은 지금도 미스터리다. 그러나 그 삐에로 귀신이 우리들의 이 아름다운 동산을 뛰어다니며 아이들을 데려간다는 이야기는 정말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우리는 잡기놀이를 하며 뛰어놀다가도 혼자 남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면 소리를 지르며 그 동산을 뛰쳐나오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수풀 나무와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로 이뤄진 동산은 깊이 들어갈수록 빽빽한 그늘이 드리워 있어 바람이 불면 꼭 누군가 그 속에 숨어 있는 듯했다. 때문에 숨바꼭질과 얼음땡을 마음대로 뒤 섞은 잡기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으나 가끔 겁에 질린 아이들이 일부러 술래에게 잡힐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나아가 괴담 끝판왕이 있었으니,


그것은 교무실로 오르는 정문 옆에 우뚝 선 자랑스러운 이순신 장군의 동상에 관한 것이었다.


이순신 장군님은 갑옷을 입고, 커다란 칼을 허리에 댄 체 위풍당당하게 서서 적진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호령을 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검지 끝이 운동장 중앙에 우뚝 선 한 그루의 히말라야 시다를 향해 있었다. 그 히말라야 시다가 서 있는 곳은 운동장 한가운데로 사실 누가 보아도 조금은 뜬금없는 장소였다. 왜 그런 고 하니 바로 그 나무 밑에 무시무시한 무언가가 묻혀 있기 때문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우리들은 이야기를 듣다 소리를 질렀다.


“이순신 장군님이 그걸 가리키고 있다고!”


하여튼 그 히말라야 시다는 여름이면 우리에게 참으로 좋은 그늘이 되어 주었으나 어느 날인가부터 묻혀 있는 그 험한 것이 바로 문제의 삐에로 시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는 자정이 되면 이순신 장군님과 삐에로가 00동산에서 싸운다는 이야기가 사방에서 들렸다.


당시 학교 바로 앞 주택가에 사는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밤이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든가, 무언가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고 해서 그 괴담은 걷잡을 수 없는 현실감을 더한 채 우리에게 오싹한 공포를 선사했다.


우리가 졸업을 하고 나서 한참 뒤 오래된 구옥이 체육관으로 신축이 되었다. 그 구옥이 바로 00동산 옆이었고 주차장인가를 만드느라 00동산은 그렇게 멋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이순신 장군님이 삐에로와 싸우시는 지도 모르겠고 이순신 장군님이 삐에로 따위에게 질 리도 없으니 오히려 두려워할 게 못 된다.


그런데도 아주 가끔, 우중충한 날이면 그날의 이야기들이 스멀스멀 되살아 난다.


오늘 밤에는, 불을 켜 놓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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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직도 소름 돋는 학교 괴담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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